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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가디언의 美정부 사찰 특종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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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의 폭로는 처음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이후 보도 과정에선 가디언이 주된 창구 역할을 했다. 스노든은 자기 얼굴을 공개할 때도 가디언 지면을 빌었다.

연이어 엄청난 폭로가 이어지는 와중에 누가 가장 큰 상실감을 느꼈을까? 아마도 뉴욕타임스의 상실감이 가장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계 최고 권위지라는 자부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마가렛 설리번 퍼블릭 에디터(Public Editor)의 칼럼이 이런 분위기를 잘 전해주고 있다. 설리번은 이 칼럼에서 스노든의 폭로 이후 뉴욕타임스가 왜 그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혹은 못했)느냐고 질문해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설리번은 질문과 함께 답도 바로 내놨다. 편집국장 등에서 확인해 본 결과 스노든이 자신들에게 접촉해 온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곧바로 가디언 쪽으로 들고 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2005년 뉴욕타임스가 NSA의 사찰 사실을 포착하고서도 1년 이상 보도를 미룬 사건을 거론했다. 그런 전례가 스노든이 뉴욕타임스 대신 가디언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이번 사건을 통해 저널리즘 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IT 전문 매체인 페이드콘텐트가 분석한 이유도 흥미롭다. 페이드콘텐트는 스노든이 가디언을 찾은 건 이번 기사를 쓴 글렌 그린왈드(Glenn Greenwald) 기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왈드는 변호사 출신으로 특히 정부의 각종 부정과 비리 쪽 보도를 집중적으로 해 왔다고 한다. 당연히 정부 관련 대형 비리를 손에 쥔 제보자 입장에선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기자였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특정 사안에 '극도로 집중(hyperfocus)'한 덕분에 제보자의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단 것이다.

자, 얘기를 한번 정리해보자.

스노든의 폭로는 감시 사회란 케케묵은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디스토피아 사회를 경고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새롭게 조명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이젠 뉴스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 뉴스 매체를 선택하는 상황, 즉 뉴스가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페이드콘텐트 표현을 빌리자면 "뉴스가 이젠 물처럼 흐르는 시대"가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언론들은 '물처럼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 문제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 '알 권리'나 공익 같은 저널리즘적 가치를 준수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게 그 하나요, 전문성이 또 다른 하나다. 전자가 원론이라면 후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기자들의 각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언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번 던져본 뒤, 스스로 답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과연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에서 엄청난 제보 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날 (믿고) 찾아올 수 있을까?"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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