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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영업사원' 이탈 현상…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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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 규제·약가인하로 시장환경 악화…부정적 사회 인식도 이유

[정기수기자] A제약사에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얼마전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준비 중에 있다. 지난해 말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로 영업활동이 어려워진 데다가 의사들까지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을 기피해 환경이 매우 악화됐기 때문.

게다가 마치 제약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것이 잘못인 마냥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까지 느껴져 김씨는 일을 계속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한 때는 '영업의 꽃'이라고 불리던 제약업계의 영업사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의 경우 타 업종보다 전문적인 의학 관련 지식이 요구돼 업계내 이직은 잦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이직이 아닌 개인사업이나 직종 전환 등의 이유로 업계를 영영 떠나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로 직종전환·퇴직 증가…신규채용도 줄어

제약사 영업사원의 이탈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제약업계를 둘러싼 영업 환경의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최근 2∼3년 동안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고, 이와 함께 적발된 제약사에 대해서는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해 제약사들은 기존의 영업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단속 강화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올해 신규채용 영업사원의 수를 10% 정도 줄였다"며 "영업사원의 방문을 거부하는 병·의원도 증가해 영업활동이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리베이트 이슈로 인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높은 약가가 리베이트 비용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집중 비난을 받게 되면서 제약사 영업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확산된 것 역시 이유 중 하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영업사원들의 퇴사와 직종 전환이 늘어나고 있다"며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되면서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도 이유지만, 업무에 불법 리베이트를 연관시키는 주위의 인식 때문에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에 근무하는 한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단속에 따른 영업 활동 제한도 스트레스지만 직업에 대해 친구나 주위의 반응이 마치 음성적인 일을 하는 사람 취급을 한다"면서 "쌓아 온 경력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영업 직종으로 이직을 계획 중"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같은 영업환경의 악화와 부정적인 사회인식의 확산으로 인해 제약사 영업사원의 신규채용 규모도 줄고 있다.

제약협회가 최근 3년간 37개 국내 제약사의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영업인력 채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영업직에서 1천579명을 채용한 이후 2009년 1천411명, 지난해에는 1천315명으로 매년 영업직 신규채용이 100명 이상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역시 총 1천181명의 영업직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영업사원의 채용 규모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제약사 인사담당 관계자는 "제약 영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신입 영업사원 모집에 지원하는 숫자도 감소해 신규인력 충원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영업력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제약업계의 영업사원 이탈 현상과 신규인력 충원 감소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한층 더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R&D 위한 연구직은 증가…약가인하 정책 등 난관

한편, 제약사들의 연구직 채용은 소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360명이던 연구직 인원 채용 수준은 2009년 378명, 지난해에는 402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처럼 연구원 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영업 환경의 위축으로 매출이 악화된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새 약가인하 정책이 R&D 투자 활동에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 제출한 새로운 약가산정방식에 따르면, 특허가 만료되는 신약 및 제네릭(복제약)의 가격이 절반가량 '반토막' 난다. 신약의 가격은 기존 판매가 대비 현행 80%에서 70%로, 제네릭은 68%에서 56%로 각각 떨어진다. 게다가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신약과 제네릭 모두 원래 가격의 50.4%로 조정된다.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할 경우 R&D 활동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매출에 따라 R&D 투자를 결정하는데 약가 인하로 매출하락을 겪게 되면 어느 회사가 R&D에 투자해 신약을 개발하겠느냐"면서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및 약가인하 등 강경 정책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의 실적이 악화 일로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로 영업력은 제한되고 추가적인 약가인하 정책 때문에 R&D 투자에 대한 의욕 역시 떨어지는 상황이라 마땅히 활로를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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