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사실상 영장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대신 경호처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을 내려달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촉구했다. 정면돌파 대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이날 "현재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로 하여금 체포 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금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되어 집행을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조치는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관저 진입 5시간 30분여 만의 체포 실패 선언이었다.
공수처와 경찰 특수단 등 윤 대통령 체포팀은 이날 오전 8시 14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한 뒤 1, 2차 저지선을 통과해 관저 200m 이내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3차 저지선을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버스나 승용차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에서 경호처 직원이나 군인들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집행하러 들어가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대신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경호처장과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최 권한대행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불가능해진 윤 대통령 체포를 정치적으로 풀어보자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 및 관저 등 압수수색 영장의 효력은 오는 6일까지다. 1차 영장 집행의 예봉이 꺾이면서 주말 동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상당히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여세를 몰아 공수처와 대법원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공수처의 요청을 들어 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수사기관의 형사사법 기능에 적극 개입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이미 선출해 놓은 헌법재판관 임명도 여야 추천 각 1명씩만 임명하고, 여야 합의 몫이지만 사실상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보류했다. 진보 성향을 문제 삼아 반대한 국민의힘 눈치를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 권한대행은 여야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공수처로서는 영장 효력기간이 끝난 뒤 윤 대통령에게 추가 소환을 통보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대통령 수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공수처 요구로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겼기 때문에 독자적 수사는 어렵다. 기소 전 보완수사나 공수처의 요청을 받아 수사에 협력하는 정도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공수처 출신의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조사 한 번 못하고 불구속 기소로 가게 되겠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죄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도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결국 특검 밖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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