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경제계 숙원 법안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이 오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안건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산자위는 오는 26일 안건심사소위를 열고 그동안 한번도 상정되지 않았던 법안들을 논의한 후 반도체 특별법·고준위방폐물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들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다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특별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반도체 생산시설의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걸 골자로 한다.
다만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주 52시간 규제 완화에 대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계에선 R&D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근로기준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해야 하는데, 52시간 규제를 이유로 근무 분위기가 다소 해이해지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R&D 직군의 52시간 근무를 완화하는 제도가 있긴 하나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1년 중 쓸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반도체 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도 R&D 직군의 52시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대만 TSMC에서는 엔지니어가 오래 일하면 특근 수당을 주고 장려한다"며 "개발을 하다보면 관성이 붙는데, 주 52시간제 자체는 좋은 제도이지만 개발이라는 특수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남 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그 어느때보다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리의 기술적 우위는 점차 위협 받고 있고,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에서 52시간 규제 완화 내용을 제외한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법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프라 지원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미 끝났다"며 "관건은 업계가 주장하는 R&D 인력 52시간 근무 규제 완화인데, 이건 근무형태를 흔드는 법이라 업체들이 주장하는대로 특별법에 포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여당이 다음주 소위에서 52시간 규제 완화 부분을 한걸음 물러난다면 반도체 특별법은 이날 소위를 통과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당 전문위원을 통해 반도체 업계로부터 R&D 인력 근무 실태 자료를 제출받아 내부 논의를 거치기도 했다. 이 자료에는 TSMC와 삼성전자 R&D 인력의 근무 실태 비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삼성전자의 강한 요구가 담긴 자료를 당 정책위가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두고 논의했었다"며 "노동시간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인데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 안 좋다고 특별법에 슥 넣어서 입법하기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R&D 인력에 대한 52시간 규제 완화를 제대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한데 여당 쪽에서 발의된 법안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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