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화장품 사러 편의점 가요."
스무살 딸아이의 얘기에 귀를 의심하는 이들은 세태를 잘 모른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화장품을 뷰티숍이나 드럭스토어에서만 산다는 건 옛말이 된 것이다.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 업계도 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소용량 고품질'을 초점에 둔 가성비를 앞세워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오는 25일 '이즈앤트리 어니언 프레쉬 겔크림' 등 화장품 3종을 출시한다. 이번 출시 제품은 1회 사용량(2㎖)을 기준 6개입으로 개별 포장한 게 특징이다. 6개입 1세트의 가격은 3000원이다.
GS25는 올해 들어 1000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보습패드, 마스크팩 등을 속속 출시했다.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 기초화장품이 주력 상품이다. 현재 판매 중인 스킨케어 제품은 20종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량 늘었다.
BGF리테일인 운영하는 CU도 뷰티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9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협업해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을 선보였다.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3만여개가 팔렸는데,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점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9월 서울 동대문에 뷰티·패션 특화 매장 '던던점'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중소 브랜드와 손잡고 만든 여행·기초 화장품 3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지난 10월 화장품 브랜드 '플루'와 협업해 미세침 에센스 '플루 시카부스터 에센스100'을 단독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가 화장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K-뷰티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행지 등에서 급하게 화장품이 필요할 때 편의점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군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쇼핑 채널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특히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잘파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지난 9월 기준 CU의 화장품 연령별 매출 비중을 보면 10대 42.3%, 20대 32.3% 등으로 1020세대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가성비 뷰티 시장을 선점한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이소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2021년 이후 일부 제품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뷰티 매출 성장률은 2023년 85%에서 올해 상반기 223%까지 뛰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기초화장품을 넘어 색조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중소 업체와 논의 중인 편의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는 편의점, 다이소 등은 뷰티와 거리가 멀어 화장품 업체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가성비 뷰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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