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2.3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보사령부 실무자 변호인이 이번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 국헌문란 행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 모 정보사 대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호인)는 20일, 정 대령의 대국민 사과문과 그의 진술에 기초한 법률 의견서를 공개했다. 정 대령은 계엄 선포 2일 전인 지난 1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경기도 안산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엄 계획을 사전 모의한 인물 중 하나다.
정 대령은 △계엄 상황을 전제로 중앙선관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인원 선별 및 통제 계획 수립 △선관위 직원들을 제압하기 위한 강압적 수단 논의 △다른 전·현직 정보사 수뇌부와 공모해 헌법기관(선관위)을 장악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형법상 내란 행위다.
법률 의견서에 따르면, 정 대령은 12월 1일 모임에서 계엄 선포나 비상 상황이 실질화될 경우 '장관님 지시'에 따라 중앙선관위 장악을 위해 제압이 필요한 선관위 인원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케이블타이나 마스크, 두건 등 강제적 수단 동원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정 대령은 이후 차량 배치와 인원 편성(2인 1조),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들을 지정 장소로 이동시키는 방법 등을 직접 논의하며, 폭동 실행을 위한 사전 준비를 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은 처음에는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으나, 중앙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강제적 조치 등을 준비하면서 '아, 계엄일 수 있겠다'는 인식을 했고, 선관위 전산 서버 확인·인원 통제 등 임무가 헌정질서 전복과 관련될 수 있음을 상당히 짐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대령은 상급자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들은 것이 아니라 선관위 직원들의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수단까지 검토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는 사태에 실질적으로 협조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은 실제로 선관위 인원 장악을 위해 구체적 행동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가담했으므로 내란예비·음모죄(형법 제90조) 성립 가능성이 있으며, 계엄 방송 후 상황에 따라 실제 실행 단계로 진입하려 한 점을 감안하면 내란죄의 미수 혹은 예비 음모 단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나, 명백한 위법 명령, 특히 헌정질서 파괴를 목적으로 한 내란적 행위는 복종 의무에서 배제된다"면서 "정 대령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중지하지 않고 오히려 계획 수행에 협조했으므로 '명령에 따른 행위'로는 면책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정 대령은 김 변호사를 통해 "국민의 군대 지휘관으로서 저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에 동원된 유능한 부하 장병들에게 더 이상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바라고 있으며, 잘못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했다.
현재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보사 지휘관 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은 정 대령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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