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면세점 이름이 'SM'이라 한류스타 관련 상품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화장품 외엔 살 게 없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20대 중국인 관광객 장영 씨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SM면세점을 방문한 뒤 이같이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 그랜드오픈식을 마친 SM면세점을 1일 다시 찾았다. 이날 SM면세점은 그랜드오픈을 기념해 최대 4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의 두 손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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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와 9개 기업이 합작해 설립한 SM면세점은 국내 유일의 중소·중견기업 면세 사업자다. SM면세점은 명품 브랜드를 경쟁력으로 삼는 다른 면세점과 달리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 플랫폼 ▲한류 체험 공간을 표방하며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70개 브랜드를 입점하고 ▲MBC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세트장을 옮긴 '한류 드라마몰' ▲화장품·식품 부문 국내 인기 브랜드가 모인 'K-뷰티'·'K-푸드관' ▲CJ식품 편집매장인 'CJ푸드월드관'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날 방문한 SM면세점은 중기제품 판로·한류 체험 공간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국산품 수출 등용문?…대기업 화장품 매장만 승승장구
SM면세점은 중소 브랜드 판로를 자처했지만 이날 방문해보니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매장 간 차이가 컸다. 특히 화장품 매장의 경우 관광객이라면 그들에게 익숙한 대기업 제품에 자연스레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SM면세점은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는 2층, 중소·중견기업 브랜드는 3층으로 나눠 입점 시켰다. 설화수·후 등이 자리한 2층은 층 전체가 코스메틱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브랜드별 단독 매장이 마련돼 있어 각각의 제품에 집중하기가 쉬웠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브랜드가 위치한 3층은 화장품 매장과 각종 잡화가 뒤엉켜 있어 화장품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또 대기업 화장품의 경우 넓은 공간에서 브랜드 전용관을 운영하며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지만 중소·중견기업 매장은 좁은 공간에 각종 브랜드가 밀집해 있어 제품에 시선이 분산되는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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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혁신상품 전문 판매장인 '아임쇼핑'도 눈에 띄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국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과 자개공예품·민속인형 등 전통선물을 판매하는 곳으로 SM면세점이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하는 공간 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 역시 MD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고데기와 화장품, 홍삼 등 다양한 제품이 좁은 공간에 빽빽이 진열돼 있는데다 각각의 상품에 대한 외국어 설명이 없어 관광객이 해당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또 이곳에서 파는 품목 대부분을 바로 옆 대기업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어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 보였다.
실제 면세점 관계자는 "여기서 파는 믹서기·밥솥 등은 중소기업이 만들었지만 품질은 우수한 제품"이라면서 "삼성·LG 등 대기업 전자제품 매장이 바로 옆에 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지지만 제품 구입은 대기업 매장에서 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오픈 무색…관광객 없고 수입매장 입점 늦어져
SM면세점은 '그랜드 오픈'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이 '미완상태'로 남아있었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후 2달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점하지 않은 매장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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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 명품관 프레드 매장 자리에는 텅 빈 공간에 'OPENING SOON'이라고 적힌 팻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2층 화장품·향수관에는 디올과 에스티로더, 3층 패션·잡화관에는 아베다, 클리니크, 지방시가 들어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해당 브랜드가) 롯데 잠실점과 SK 워커힐점에서 철수하면 그곳에서 사용했던 기자재를 이곳으로 가져오려고 했었다"며 "두 매장의 철수가 지연되면서 자재를 미국에서 만들어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입점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월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장 곳곳이 한산했다. 이날도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걸그룹 포미닛 남지현 팬사인회·렛미인관 뷰티클래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됐지만 생각만큼 인파가 몰리진 않았다.
특히 SM면세점이 '한류 체험형 콘텐츠'로 강조했던 한류 드라마몰은 관광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실제 세트장을 옮겨왔다고는 하지만 책상과 의자뿐인 공간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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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면세점은 관광객 모객을 위해 '1 달러 이상 구매 시 주차 3시간 무료'라는 파격조건을 내세웠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이날 대형버스 일곱 대를 세울 수 있는 외부 주차장 공간은 빈 곳이 많았다. 도로에 늘어선 관광버스로 인해 교통 혼잡 문제가 발생했던 인근 동화면세점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을 제외하고 다른 매장은 손님이 하루 평균 20여 명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그 중 실제 구매에 나서는 손님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쟁력 갖춘 중기 제품 특화와 인사동이라는 입지를 내세운 SM면세점이 그랜드오픈을 계기로 그간 부진을 딪고 마땅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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