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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이재용 결단, 화학사업 최대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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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화학 수직계열화-삼성, 전자·금융 등 사업재편 '윈윈'

[장유미, 양태훈기자] 롯데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매각인수를 통한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한다.

롯데그룹은 이번 빅딜로 화학분야에서만 약 2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삼성그룹은 비핵심사업을 정리, 기존 주력사업과 신수종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M&A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은 점에 주목, 결단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30일 롯데와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지분 매각 및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가 3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에 해당하며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사례다.

이번 빅딜로 롯데그룹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중인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 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각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또 삼성SDI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10%는 삼성SDI에 남겨 놓음으로써 양사 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롯데는 인수되는 회사 임직원들에 대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 및 내년 2월 신규 법인설립이 이뤄지면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SDI도 향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케미칼 사업부의 물적분할 및 분할신설회사 설립에 나선다.

이번 빅딜이 마무리되면 롯데는 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삼성은 비핵심 사업인 화학사업 대신 전자와 금융 등 기존 주력사업과 바이오 등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앞서 한화그룹과의 약 2조원 규모의 삼성종합화학과 토탈, 삼성테크윈을 매각한데 이어 이번 딜로 방산 및 화학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화학' 첫 발 담근 신동빈, 석유화학 수직계열화 완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삼성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경영능력을 재확인 받았다는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화학사업'을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평소 "화학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롯데케미칼에 애정을 쏟아왔다. 이는 신 회장이 1990년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또 신 회장은 경영에 나선 이후 식품과 유통에 강한 롯데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석유화학 부문을 내세운 바 있다.

신 회장은 2000년대 들어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롯데를 석유화학산업의 강자로 올려놨다. 이후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에 이어 2012년에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 롯데케미칼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사업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동남아시아의 대표 석유화학 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앞서 2009년에는 영국 내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UK를 통해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및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크래커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유화사 중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크래커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또 지난 8월에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에 부타디엔고무(BR·합성고무의 일종) 공장을 준공했다. 롯데케미칼은 한국가스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과 가스화학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달 초 기계적 완공과 함께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이에 더해 이번 빅딜로 그동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전문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은 수직계열화를 완성, 화학업계 강자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또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에 집중돼 있던 기존 사업구조를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과 특수소재 등으로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인수로 화학분야 매출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9천억 원, 이번에 인수하는 3개사 매출은 4조3천억 원이다.

롯데그룹 역시 총매출이 83조 원에서 86조 원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더불어 그룹 영업이익 중 화학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내에서 화학·건설·제조 분야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 2012년(18%)부터 꾸준히 증가해 올해 2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자신의 입지와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화학사업을 키우면서 '한국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는 의도로도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 2004년 이후 과감한 M&A를 통해 23조 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지난해 83조 원까지 끌어올리며 그룹 규모를 키웠다"며 "이번 인수 역시 신 회장이 평소 화학사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서 일부 부족한 자금은 차입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만큼 롯데그룹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존 투자 계획에 이번 인수까지 합하면 3년간 7조 원을 투자하는 셈이어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전자·금융·바이오 신수종 중심 사업재편

삼성의 이번 빅딜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온 핵심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의 일환이다. 그룹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화학사업을 정리, 앞으로 전자와 금융 등 기존 주력사업과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화학 계열사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전자계열의 역량강화 및 바이오 등 신사업 등에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케미칼 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하게 되는 삼성SDI를 중심으로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야 역량강화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련 생산라인 증설 및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 강화 등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삼성SDI는 "이번 지분 매각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터리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자금 확보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삼성종합화학 등을 한화에 매각한데 이어 이번에 남은 화학 계열사매각은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많다. 이에 맞춰 사업재편을 진행해 온 것.

실제로 삼성은 옛 제일모직에서 패션을 떼내 에버랜드에 이관하고 소재부문의 케미칼 사업부를 삼성SDI에 흡수시켰다. 또 삼성정밀화학 역시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8월 전지소재사업 부문을 삼성SDI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정밀화학이 2차 전지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넘기면서, 자회사인 삼성BP 지분을 넘겨받은 것도 화학 계열사 정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셈이다.

삼성이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재편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실적 부진이나 사업이 중복된 건설 등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된 가운데 양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추가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 중 하나다.

반대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계열의 선진화 작업 등을 통해 삼성의 사업 축이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종합화학회사로 사업규모를 확장함에 따라 앞으로 LG화학과의 양강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롯데케미칼이 납사를 분해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벤젠 등의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나프타분해설비(NCC) 중심의 석유화학사업 중심에서, 2차전지 소재 활물질부터 가성소다, 반도체 현상액 원료 등 정밀화학 분야까지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범용 제품에 집중해온 기존 사업포트폴리오를 이번 인수로 확대, 향후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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