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중국 '신성' 샤오미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2분기 연속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샤오미는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그토록 닮고 싶어하던 애플에 덜미를 잡힌 형국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팔며 샤오미의 홈그라운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인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 그러나 이들 신흥시장은 제조사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특허 분쟁등에 휘말릴 경우 자국내처럼 숨을 수 있는 정부의 우산도 없다. 최근 샤오미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1분기(유통채널 판매 기준) 세계 스마트폰 4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3위에 오른 이후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기타'군에 머물고 있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선 LG전자에 이어 5위, IDC에선 5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텃밭인 중국 시장에서도 애플과 호각세를 보였다. SA는 "중국 1위는 샤오미지만 애플과 점유율 지난해 3분기 10%포인트를 웃돌던 격차가 올 1분기에 0.5%포인트까지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선 애플이 샤오미를 꺾고 2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1천520만~1천530만대선이다. 이 중 90%가량인 1천400만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중국 판매량도 지난해 3분기 1천70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100만~200만대씩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같은기간 애플, 화웨이의 판매량은 늘었다.
SA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샤오미가 중국 시장에서 정상권이지만, 점유율과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애플' 샤오미가 원조 애플에 전략기지를 내 주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1분기에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 시장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SA는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에 중국 1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조' 애플 공세에 홈그라운드 사수 어려워
샤오미는 아이폰과 닮은 스마트폰을 출시해 '카피캣'이라는 오명도 얻었지만 애플의 성공전략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업체로도 평가 받았다.
생산은 외주에 맡겨서 원가를 낮췄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즉각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힘썼다.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헝거' 마케팅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다섯살이 된 샤오미의 최대 약점은 내수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수익 구조다. 업력이 짧은 업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다. 돌파구로 삼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섰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꺾인 상태다.
실제로 샤오미는 인도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달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인도에서 20만원대 보급형 '미(Mi)4i' 스마트폰 출시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같은 신흥시장은 삼성전자나 애플 등 선두업체가 영역 확대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 마이크로맥스 같은 현지 제조사들의 입김도 강하다. 오히려 이 사이 애플에 텃밭인 중국을 내주고 만 형국이다.
샤오미는 지난 1월 본진 사수를 위해 아이폰6플러스를 겨냥한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노트'를 중국에 출시했지만 애플 돌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카피캣 한계 왔다" vs "SW 경쟁력 있어 두고 봐야"
샤오미를 바라보는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 특허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제품력으로 승부하기엔 삼성, 애플의 아성이 견고하다. 가격 경쟁력으론 레노버, 오포, 메이주 등 국적이 같은 제조사와 경쟁해야 한다.
케빈 왕 IHS 연구원은 "핵심 기술이 없어서 특허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등 선진시장 이동통신사의 (망연동 테스트 등) 판매 인증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제품과 관련한 특허 외에도 샤오미의 '완판' 마케팅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소비자보호법에 저촉될 수도 있는 마케팅"이라며 "샤오미가 중국에서 성공 전략을 글로벌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는만큼 샤오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샤오미는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 9명 중 7명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한국IDC 이영소 연구원은 "샤오미는 경쟁사 대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처가 빠른데, 이는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샤오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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