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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이채은, 준비된 배우에게 기회가 왔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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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영화로 큰 비중은 처음, 데뷔하는 느낌"

[권혜림기자] 내공이란 무섭다. 상업 영화에선 처음으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았지만 '찌라시':위험한 소문' 속 배우 이채은(33)의 연기는 과하게 튀지도, 존재감 없이 묻히지도 않았다. 상업 영화의 단역으로 시작해 숱한 독립 영화들에서 개성 또렷한 연기를 보여줬던 경험이 녹아났다.

지난 2005년 개봉한 '공공의 적2' 속 단역 연기를 공식 데뷔작으로 친다면 벌써 데뷔 10년차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독립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겐 '송한나'(2008), '거짓말'(2009), '로맨스 조'(2011) 등을 통해 친근한 배우로 자리잡았다. 얼굴만 예쁜 연기자야 많겠지만, 그만큼 탄탄한 내공까지 지닌 또래 배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찌라시: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가 만난 이채은은 가장 먼저 앳된 얼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흰 피부와 자연스러운 눈매, 싱그러운 미소에서 풋풋한 기운이 가득했다. 중요한 건 마스크의 분위기를 넘어서는, 그 자체의 매력이었다. 더없이 솔직하고 꾸밈 없는 말들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찌라시'가 생각보다 더 재밌게 나온 것 같고 반응도 좋더라고요. 이렇게까지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상업 영화로는 큰 비중으로 뵙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독립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그간 제가 상업 영화에 잠깐만 나와도 반가워해주셨는데 이번엔 속 시원하게 보지 않으셨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고, 주목받는 느낌 자체가 처음이라 데뷔하는 느낌이에요."

'찌라시'에서 이채은은 기자를 꿈꾸다 우연히 증권가 정보지를 출판하는 업체에 취직하게 된 미스김으로 분했다. 극 중 도청 전문가 백문 역의 고창석과 묘한 러브라인도 있다. 역동적인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무뚝뚝한 말씨를 자랑하며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 미스김 캐릭터는 이채은을 만나 매력을 얻었다.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연기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제3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배우 부문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그는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인물. 하지만 상업 영화에서 이만큼 비중 있는 역을 맡은 건 처음이다.

개봉을 앞두고는 "첫 단추를 꿰는 셈인데, 편집돼 많이 잘려 나가도 속상할 것 같고 다 나와 너무 많이 드러나도 어떤 반응이 나올지 걱정"이었단다. "오래 머물러 있다 저라는 배우를 (상업 영화로) 선보였는데, 어떻게들 생각할지 궁금했다"고도 말했다.

"상업 영화에서 연기할 기회가 제 기대보다는 늦게 왔어요. 독립 영화를 빨리 찍고 연기로 상도 받았는데, 그 시기 급격히 점프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계속 지체하고 있다는 생각에 지치기도 했어요. 그간 갑자기 주어지는 날벼락 같은 행운은 없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찌라시'의 미스김 역은 날벼락 같았어요. 김광식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미스김 같은 큰 역이 제게 올리 없으니 처음부터 제외한 채 생각하기도 했고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2010)에서 만난 김광식 감독과는 몇 년 간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다 '찌라시' 배우 미팅을 통해 다시 만났다. 당시 간호사 역을 연기한 그를 기억하고 있던 박 감독은 '찌라시'의 미스김 역을 제안하며 이채은의 연기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줬다. 많은 장면에서 함께한 배우 김강우·정진영·고창석 역시 이채은에게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선사했다.

"연기를 할 때 대본을 보고 크게 고민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이 역에 내 능력이 충분이 발현되겠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였고, 그게 아니라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성향의 배우였죠. '찌라시'를 찍으며 보다 노력하는 배우로 바뀐 것 같아요. 선배들이 촬영 전날 얼마나 성실하게, 철저하게 준비해 오는지를 보면서요. 모든 에너지를 써서 리허설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저 위치에 계신 분들도 가진 것보다 더 노력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배우는 중학생 시절부터 이채은의 첫 번째, 그리고 유일한 장래희망이었다. 왠지 거창해만 보이는 꿈이라 '배우가 되고 싶다'고 쉽게 소문은 못 냈다. 예술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졌고,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에서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에도 다소 소극적이었다. 연기는 좋았지만, 직업인으로서 배우 일에 뛰어들 준비가 덜 돼 있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러다 '이렇게 바보처럼 살다간 꿈만 꾸다 끝나겠다'는 생각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해요. 더 어렸던 세월을 보내고 30대에 시작하는 셈이니까요. 일찍 철이 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서 미스김이라는 큰 배역을 받았을 때 들뜨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지만, 제 연기를 보고 이런 저런 반응이 오는 것에 감사해하고 있죠."

차분히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독립 영화계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이채은은 "독립 영화계도 상업 영화 시장과 비슷한 모양새인데 둘의 교집합이 적었던 것 같다"며 "최근 독립 영화 출신 배우와 감독들이 상업 영화계로 와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추세인데, 발전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너무 적은 관객들만 만나기엔 아까운 배우와 감독들이 많다"며 "독립 영화계가 덮어놓고 무시할 곳은 아니다. 무척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찌라시'로 더 많은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이채은에게 어떤 연기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 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달리 보면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놨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릴 땐 괜히 정해놓고 생각했었어요. '진한 모성애 연기를 하고 싶다' 같은 생각이요.(웃음) 지금은 그 때 그 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하고 싶어요. 배역이 작아도 상관 없어요. 비중이 크든 적든 작품을 하고 싶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죠."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다. '찌라시'의 미스김은 준비된 이채은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기회였다. 그는 또 어떤 기회를 잡고 어떤 연기를 펼치게 될까. 튼튼한 기본기에 사람 냄새까지 지닌 이 매력 넘치는 배우의 활약은 관객들에게도 큰 선물일 법하다.

한편 이채은은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12부작 웹드라마 '썸남썸녀'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배우 박희본·서준영·윤박·조한철·이주승 등과 함께 연기를 펼쳤다. 영화 '찌라시'는 지난 2월20일 개봉해 지난 2일 102만9천699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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