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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한컴오피스, 그 '4%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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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오피스 2003'이 마침내 출시됐습니다.

'마침내'란 말을 쓴 이유는 두차례나 출시가 연기됐던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뜻밖의 에러를 만나면 제품 출시가 늦어지곤 하죠. 하지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워디안'이 2년여를 끌며 출시가 지연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아픔이 있었던 만큼 한컴오피스 출시 지연은 '혹시나'하며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죠.

하여튼 11월27일 오후 2시부터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한컴은 '한컴오피스 2002'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만큼 화려한 행사는 아니였지만, 한컴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보기드물게 거창한 제품출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발표회에서 한컴은 집요하게 마이크로소프트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당연하겠죠. 오피스 시장의 절대 강자인데다, 한컴오피스가 넘어야 할 유일한 경쟁자이니까요.

이날 직접 제품발표에 나선 한글과컴퓨터 김근 사장은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MS 독점의 횡포'를 강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미국 시장 가격보다 한국에서 2.4배나 더 싸게 팔립니다. 반면에 엑셀은 미국시장 가격보다 약 1.5배, 오피스는 약 1.3배나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는 한글때문입니다. 이제 한컴오피스 2003의 출시는 부당한 외화유출을 막고 국내 소프트웨어 가격을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입니다."

김 사장은 가격 비교표까지 직접 만들어 보여주면서 MS 독점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MS의 마케팅 담당 임원출신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한 어조로 말입니다.

"한컴이 넥셀과 제휴를 맺었다는 기사가 나간 후 MS는 엑셀의 가격을 15%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도 한컴오피스 출시 바로 전날, 그러니까 어제 MS는 소프트웨어 가격의 50%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김 사장은 이미 MS가 긴장하고 있으며 한컴오피스 출시가 벌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소리를 높였습니다.

'MS 독점의 폐해'를 강조하는 것과 함께 한컴이 강조하는 것은 한컴오피스 2003의 상대적 저렴함입니다.

한컴오피스 2003은 17만원대로 결정됐습니다. MS 오피스와 비교해 3분의 1 가격이죠. 김근 사장은 이 대목에서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피스 사용자 90%는 오피스 기능의 30% 정도만 사용합니다. 결국 쓰지도 않은, 앞으로 쓰지도 않을 70% 기능값을 지불하고 있었던 겁니다."

'역사적인 날'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미를 부여한 한컴오피스 2003의 출시. 과연 한컴오피스는 MS 오피스의 두터운 벽을 얼마나 허물수 있을까요.

지난 9월 HP는 자사 '파빌리온 PC'에 MS의 오피스 대신에 코렐의 '워드퍼펙트 생산성 팩'을 번들로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워드퍼텍트 생산성 팩은 워드프로세서 '워드퍼펙트'와 스프레드시트 '쿼트로프로'로 구성된 슬림형 오피스 패키지입니다. 일본의 소니도 고급형과 저가형 PC 일부 모델에 워드퍼텍트를 번들 공급하고 있구요.

이에 앞서 세계 최대의 PC업체 델컴퓨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저가형 PC 모델에 코렐의 오피스를 번들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싸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요즘같은 경기 침체기에 유효한 전략이 될 듯 합니다. 비록 MS 오피스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엑세스, 아웃룩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는데 비해 한컴오피스는 워드와 스프레드 시트, 단 두가지 제품만으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결국 오피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때문이니까요.

한컴은 기업시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윈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MS 오피스 사용기업이 한컴오피스로 교체하면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거죠. 다양한 라이선스 정책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다시한번 '애국적 마케팅'에도 주력할 조짐입니다. '유일한 워드프로세서 독립국' 한국을 강조하는 전략말이죠. 이 애국적 마케팅은 글로벌 시대에 뒤떨어진 마케팅이란 비난도 듣겠지만, 사실 MS가 제일 껄끄러워 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건 현 한글과컴퓨터의 김근 사장과 허한범 마케팅 이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피스 마케팅을 이끌었던 두 주역이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좀 치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제일 무서웠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오피스 시장은 MS 오피스의 독무대입니다. 전체 1500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MS는 9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4%를 한컴오피스가 차지하고 있구요.

한컴은 앞으로 한컴오피스를 3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습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한컴오피스 출시 하루 전날 MS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50% 특별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한컴오피스 2003이 MS의 신경을 얼마나 더 건드릴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게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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