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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애플, 도대체 문제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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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기자] 추락이 본격화된 것일까? 아니면 비정상적인 고성장세를 멈추고 보통 회사로 돌아온 것일까?

애플의 분기 수익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각종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의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부터 "그 동안의 성장세가 비정상이었다"는 분석까지 다양하다.

주가만 살펴보면 애플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해 9월 7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주가는 어느 새 40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불과 6개월 여 만에 40% 가량 떨어졌다. 시가 총액 세계 1위 자리는 다시 엑손 모빌에게 넘겨준 지 오래다.

언론에선 벌써 애플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대체할 새로운 인물 물색에 나섰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래 저래 뒤숭숭한 상태다.

◆이익률, 1년 사이에 10%P 가량 하락

애플의 2013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 유난히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애플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실적이 줄어들었다. 애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마감된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436억달러, 순이익 95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성장했지만 순익이 18%나 감소했다.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바로 이익률 감소. 지난 분기 애플의 이익률은 37.5%였다.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수준. 문제는 이게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애플의 이익률은 47.4%에 달했다. 1년 사이에 9.9%포인트가 감소한 셈이다. 전문가들이 애플의 최근 실적에 우려를 나타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애플은 회계연도 3분기 이익률도 36~37% 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려면 이익률이 왜 줄어드는 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애플의 대표 상품인 아이폰부터 살펴보자.

애플은 지난 분기에 아이폰 3천70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7% 증가했지만 전 분기 보다는 22% 감소한 수치다. 물론 전분기와 수평 비교하는 건 무리다. 전 분기는 아이폰5 출시 효과에다 연말 특수가 겹쳤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 아이폰을 4천780만대나 팔았다.

따라서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분기에 비해 22%나 감소한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 최신폰인 아이폰5가 출시된 지 겨우 두 번째 분기인데 벌써 인기가 시들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이번 분기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아이폰4S 출시 직전인 지난 2011년 9월보다 더 낮다. 벌써부터 아이폰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아이폰 구모델 판매 비중 절반 육박

하지만 판매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판매가격 하락이다. CNN머니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아이폰 평균 판매 가격은 최근 3개월 동안 28달러나 떨어졌다.

아이폰 평균 판매 가격은 왜 자꾸 떨어지는 걸까? 시장에서 최신 폰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역시 아이폰의 혁신이 한계에 달했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이런 현상은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 자료를 보면 그 이유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량 중 아이폰4와 4S 등 구형 모델 비중이 47%에 달했다. 아이폰5가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전 모델에 비해선 수명이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이 수치를 직전 모델인 아이폰4S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이폰4S가 출시된 것은 2011년 4분기. 첫 분기 90%에 달했던 아이폰4S 비중은 두 번째 분기 때 뚝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73% 수준을 유지했다. 아이폰4S는 아이폰5 출시 직전 분기인 2012년 8월까지 판매 비중 63%를 유지했다.

현재 미국 주요 통신사들은 아이폰4S를 비롯한 구형 모델들은 아이폰5보다 100달러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일부 모델은 공짜폰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마케팅은 이전에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폰5 같은 최신 폰보다는 구형 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애플의 이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최신 모델에서 '깜짝 놀랄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입장에선 고민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이패드 평균 판매가, 2년 새 200달러 감소

애플 매출 비중에서 아이폰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패드다. 2분기에도 아이폰이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한 가운데 아이패드도 20%로 만만찮은 비중을 점유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애플 매출의 4분의 3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2분기에 총 1천950만대를 판매했다. 아이패드 판매량 역시 아이패드 미니와 연말 특수가 겹쳤던 전 분기 판매량(2천290만대)에 비해선 18%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무려 65%나 증가했다.

외형상 아이패드 사업은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에서도 아이폰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의 카니벌리제이션'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번 분기 아이패드 평균판매가격은 449달러 수준이었다. 2년 전에 비해 200달러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당연하지만 아이패드 미니가 인기를 누린 반면 아이패드4를 비롯한 고가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덜 팔린 탓이다. 그러다 보니 판매 수량은 늘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피터 오펜하이머 최고재무책임자(CFO)조차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아이패드 미니의 이익률을 걱정했을 정도다. 역시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패드 영업 이익률은 최근 2년 동안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 출시 초기부터 지적됐던 '이익률 저하' 경고가 이번 분기 들어 현시화됐다고 봐야 한다.

◆아이폰-아이패드 약발 다해…혁신 제품 필요한 상황

애플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언론들은 '10년 만의 분기 순익 저하'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애플의 순익 저하 현상은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단 얘기다.

문제는 애플이 이 시련을 극복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선 잠시 시간을 거슬러 갈 필요가 있다.

팀 쿡 CEO와 피터 오펜하이머 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약속이나 한 듯 "이익률 저하는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아이팟 출시 직후에도 애플의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적 있다는 것이다. 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았던 아이팟이 대거 판매되면서 이익률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후 애플은 아이팟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이익률 저하 현상'을 이겨냈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연결한 디지털 음악 사업을 통해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이팟, 아이튠스 생태계가 한계에 달할 즈음 애플이 '넥스트 스텝'으로 내놓은 것이 아이폰이다.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이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의 대약진이 본격화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폰의 이익률은 아이팟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결국 지금 애플이 직면한 상황은 2001년 아이팟 출시 직후, 혹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놓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란 혁신 제품의 약발이 다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외신들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CNN머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가격을 대폭 낮춰서 고객들을 애플의 i-생태계로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전략이 힘을 받으려면 고객들이 주머니를 열 새로운 혁신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예 차트 기사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전망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현재 상황에서 애플이 '깜짝 놀랄 새 제품'을 내놓지 않을 경우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팀 쿡 CEO는 "올 가을 쯤 깜짝 놀랄 제품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어쩌면 그 제품에 애플의 향후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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