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한미FTA 통과 '신약 특허권 강화'…제약업계 '설상가상'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제약산업 최대 4천900억 손실 예상…국민 약값 부담도 높아져

[정기수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일괄 약가인하로 내년도 매출 손실이 불가피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이번 한미 FTA 통과는 악재가 겹친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신약 특허권이 강화돼 주력품목 대부분이 제네릭(복제약)인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글로벌 신약을 다수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 역시 한미 FTA로 제약업계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합동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제네릭 의약품 생산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천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도 457억~797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제약업의 대미 수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천923만달러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334만달러가 증가해 대비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1천59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2007년 한미FTA 타결로 인한 관세철폐, 특허연장 등의 영향으로 제약업계의 매출 손실 규모가 연간 1천400억~4천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비준안에서 제약업계의 핵심 쟁점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도입이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오리지날약의 특허권이 존속하는 기간(출원일로부터 20년) 내에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의 제조·시판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식약청이 특허권자에게 이를 통보하게 함으로써 특허권 침해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게 해 문제가 없을 경우 허가를 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날약의 특허만료기간에 맞춰 사전에 미리 제네릭 개발을 완료한 후 특허만료와 함께 제품을 출시해 왔다. 따라서 이 제도의 도입은 제네릭이 수입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다수의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가 낸 복제약 시판허가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쟁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허가를 금지할 수 있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FTA가 발효되면 기존보다 5년가량 늘어난 특허보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18개월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일부 국내 제약사의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한 특허권의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이행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키로 한 데 대해, 사실상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를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으로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인허가 과정도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의약품 특허분쟁 역시 지금보다 상당 수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3년의 짧은 유예기간 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의 다국적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또 고가의 오리지날약이 적시에 복제약으로 대체되지 않아 국민들의 약값 부담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정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생산한 오리지날약의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즉시 허가절차가 중단된다.

결국 고가의 오리지날약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 제 때 출시되지 못하거나 생산 자체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비싼 오리지날약을 구입할 수 밖에 없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돼 자칫 제약산업의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 제약사 부담이 커져 약값이 인상되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의 FTA 체결 방관과 약가 인하 강행으로 제약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여파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출시하기 전 특허 신약을 지닌 다국적 제약사와 협상을 마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일부 제약사들은 향후 7∼8년 동안 특허가 만료될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품목 허가를 이미 마친 상태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한미FTA 통과 '신약 특허권 강화'…제약업계 '설상가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