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치킨게임' 정치권, 비정규직 벼랑끝으로 몰아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비정규직 협상 끝내 '불발'…마지막도 '네 탓' 공방만

여야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논쟁만 벌이다 결국 시한을 넘겼다. 이로써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이 만료되는 근로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등 '제도적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5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보장장치 부재 속에서 언제 해고될 질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6월 임시국회 개회 후 여야는 모두 '서민정당' 운운하며 비정규직의 아픔을 해결해주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막상 협상 테이블 앞에서는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치킨게임'으로 일관했다.

여야는 30일 자정까지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무의미한 시간으로 허송했다. 여야 협상에 앞서 정치권에는 이미 협상 결렬을 예상하는 등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날 오후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3당 간사는 수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선진과창조의모임이 법 적용을 1년간 유예하되 근로자수 5인∼200인 미만 사업장은 1년6개월간 연장이 가능토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동 등 노동계도 '유예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정치권은 변죽만 울리다 손을 놔버린 격이 됐다. 농락당한 국민들의 배신감과 불신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막판까지도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였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불완전한 현행법을 고쳐 적어도 법 때문에 해고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생기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그간의 노력이 오늘 협상의 결렬로 말미암아 수포로 돌아가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법이 시행되는 7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해고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발생하지만 민주당은 그 규모가 크지 않을 테니 일단 두고 보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그 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불합리한 해고가 발생하도록 방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년간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준비없이 무조건 연기만을 주장해온 노동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비정규직을 최대한 많이 이른 시일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자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하루 속히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승수 국무총리가 오늘(30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방문했을 때 월 2만 내지 3만명의 비정규직 재계약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보도를 봤다"며 "정부는 근거가 없고 사실과 전혀 다른 100만명 해고설로 국민을 협박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다만 5인 연석회의는 계속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연석회의에서는 유예 기간과 지원금 뿐 아니라 차별시정제도, 사용사유 제한 등 여러 가지 의제들을 놓고 함께 논의했다"며 "비정규직법을 보완해야 할 여러 가지 의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에 앞서 여야는 이미 협상 '불발'을 예상한 듯 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김형오 국회의장에 직권상정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해 줄 것으로 본다"며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후 국회 중앙홀 앞 계단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처리하고 실업대란 발생시 민주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본회의 표결 강행에 대비, 이날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한 채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협상결렬로 인해 여야는 직권상정을 놓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미디어법 논란까지 더해질 경우 정국 경색은 물론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법 시한은 넘겼지만 여야는 다시 한 번 협상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타결 가능성도 없진 않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여당 내부에서도 직권상정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간헐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법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미디어법 처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양측이 결국 절충점을 도출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내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가 져야 할 상황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치킨게임' 정치권, 비정규직 벼랑끝으로 몰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