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냐, 통신이냐의 논쟁으로 오랫동안 법제화에 진통을 겪었던 IPTV가 이르면 10월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정식 방송을 드디어 시작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통과에 이어, IPTV 시행령 제정 작업까지 마무리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늦어도 9월 초순까지는 IPTV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오픈IPTV 등 IPTV 사업 허가를 획득하려는 사업자들은 오는 28일과 29일 이틀간 허가 신청서를 접수해 다음 달 초 허가 심사를 받을 준비를 진행중이다.
IPTV의 등장은 케이블과 위성방송이 경쟁하던 유료방송시장에 또 하나의 뉴미디어 사업자가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IPTV법은 기존 방송법과는 별도의 특별법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송시장 내 공정경쟁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IPTV 상용화는 유료방송시장, 나아가 방송시장 전반에 걸쳐 규제 완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망을 기반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는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일방향적 방송 서비스에 비해 한층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IPTV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방송시간에 맞춰서 TV 앞에 앉아야 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들어가지 않는다. IPTV가 편성의 주도권을 시청자로 넘겨줬기 때문이다.
2006년 7월 등장한 하나로텔레콤의 주문형비디오(VOD) 기반 IPTV 서비스인 하나TV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고싶은 지상파 드라마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IPTV가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로 장기적으로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TV를 통해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집에서 보충학습을 하는 방법은 교육방송이나 온라인 이러닝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저소득 계층이나 도서지역에 있는 소외계층도 IPTV를 활용한 원격교육으로 수능강좌, 논술강좌 등을 접할 수 있다. 청소년은 물론, 유아와 직장인을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도 시청할 수 있다.
◆IPTV, 방송통신 산업 활성화의 시금석
올해 출범한 방통위는 IPTV를 대표적인 방통융합 서비스로 보고 있다.
인터넷이 2000년대 초반 경제 전반 활성화에 일조했던 것처럼 IPTV 상용화가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연관산업 활성화를 유도해 방송통신 업계 일자리 창출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원동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복안이다.
IPTV 시장에 대한 국내 안팎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컴퍼니스&마켓스는 오는 2009년까지 세계 IPTV 가입자 규모가 5천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IPTV 활성화가 1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3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국내 IPTV 가입자수는 370만가구, 매출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IPTV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법제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적된 점은 IPTV가 디지털케이블과 동일한 서비스인데, IPTV를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는 것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나다는 것이다.
따라서 IPTV가 디지털케이블과 다른 서비스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사업자들은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나 양방향 부가서비스를 '양'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고객들이 보길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질'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구력있는 콘텐츠, 즉 지상파 프로그램의 원활한 확보도 큰 과제다. IPTV 사업자 사이에는 서비스 시작 초기에 지상파 콘텐츠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가입자 확보에 난항을 격었던 위성DMB나 위성방송의 전례를 따라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유료방송시장 키우는 데 일조하겠다"…KT심주교 상무 KT 미디어본부 심주교 상무는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IPTV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제일 신경 쓰는 부분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하루빨리 수급하는 것'을 꼽았다. "사업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제공하는지의 여부겠지요. IPTV가 뉴미디어로서 소구력이 있으려면 뉴미디어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춰놓아야 합니다. 콘텐츠는 그 중 제 1의 요소입니다." 심주교 상무는 "새롭게 뉴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는 IPTV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방송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사나 케이블방송사(SO)들, 콘텐츠사업자(PP)들이 배타적인 환경을 구축해놓고 콘텐츠 제공을 꺼려하고 있다"며 사업자간 공조를 강조했다. "공짜로 얻겠다는 게 아닙니다. 양측이 서로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적정 대가를 지불하면서 방송시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지요. 후발 사업자가 시작도 하기 전에 높은 진입장벽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사이에 두고 건전한 경쟁을 하고 싶은 진심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심 상무는 중소 PP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곳이 있으면 파트너십을 통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자 지원을 위해 수신료를 최소한 보장해주는 미니멈 개런티 제도 도입도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특정 사업자 혼자서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장을 키울 수 있을 지에 대해 여러 콘텐츠 사업자들과 같이 고민을 나누고 대화하고 싶습니다. 규제기관에서도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심 상무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디즈니, 소니같은 메이저 회사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요. 그러나 방송의 산업적 측면을 무시한 채 공익적, 공공적 이데올로기로만 보면 그럴 수 없습니다.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결과는 소비자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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