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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코리아 김영섭 대표의 10년 묘책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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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설립 10주년…이달말 日서 '브레인스토밍'

"인텔 인수, 그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요."

반도체 핵심기술 설계 전문업체 ARM의 한국법인(대표 김영섭)이 5일로 설립된 지 꼭 10년째를 맞았다. ARM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영섭 ARM코리아 대표는 이달 말 일본에서 아태지역 주요 담당자를 모아 '브레인스토밍'(일종의 자유연상법)을 개최할 예정이다.

ARM코리아 및 아태지역 법인들의 향후 10년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인텔 인수'와 같이 다소 황당할 것 같은 의견도 자유롭게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이 토론에서 의견을 취합해 ARM 본사의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지적재산권(IP)을 세계 주요 IT기업에 제공하는 회사다. 삼성·LG전자의 휴대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애플의 아이팟 등 익숙한 디지털기기들에 ARM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 1997년 본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ARM코리아는 첫해 1만8천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해 이 회사 매출은 3천7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e메일 하나로 회사 설립했던 10년전 그때

"요즘 유행어처럼 아무 이유가 없었어요. 40대엔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떤 '느낌'을 믿고 회사를 나왔지요."

김 대표는 10여년 전 IBM을 나오면서 동료들과 함께 모은 명예퇴직금으로 비디오 관련 솔루션 업체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때마침 교육부의 프로젝트를 따내며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등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해외 모회사의 솔루션으로 영업을 하는 수준의 사업모델은 김 대표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ARM을 비롯해 여러 회사에 함께 일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 ARM에서 다음날 곧바로 만나자는 답장이 날아왔지요."

김 대표는 e메일 하나로 합작사 설립은 물론 한국법인의 대표까지 맡은 인물로 유명하다. ARM은 당시 브로드컴과 함께 세계의 상장하지 않은 반도체회사 중 기대주 1, 2위로 꼽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고용인으로서 지사장이 아니라 합작회사를 설립해 본인의 회사로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것에서부터, 한국법인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주고 본인에게 인사권을 달라는 등 요구를 했다.

1997년 본사에서 이를 흔쾌히 수락함으로써 ARM코리아는 10년의 항해를 시작한다. 김 대표가 IBM을 나와 공동으로 설립했던 솔루션회사는 그해 IMF의 파고를 견디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대만으로, 중국으로 뻗어나가며 지나온 10년

김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나아가 지난 2000년과 2001년엔 대만과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데 뛰어들었다. ARM 본사는 김 대표가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을 책임지도록 하는 역할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본사의 대리점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ARM코리아는 영업이익률이 60~70%에 달해 투자자들이 상장 시기를 물으며 돈을 대겠다고 몰려들기도 했다.

"공개시장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충분히 갖췄지만, 단순한 대리점 모델로 상장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ARM코리아만의 원천기술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어요."

김 대표는 한국에 반도체 관련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방안과 반도체를 이용한 가전제품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일 등 다양한 신규사업을 본사 이사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과제가 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반도체 솔루션 개발력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일도 고민해봤지요. 인수합병(M&A)은 항상 진행형으로,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후엔 지금보다 5배 큰 회사 만든다

"반도체시장의 수요를 면밀히 살펴보면 ARM이 5년 내 3배, 10년 내 5배의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ARM코리아를 포함해 아태지역 법인들은 더 많이 커야겠지요."

김 대표는 10년 후 외형이 최소 5배 이상 불어난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착수키로 했다. 이달 말 아태지역 담당자들이 모여 지금껏 이루지 못했던 새 사업의 추진을 위해 머리를 맞대게 되는 것.

"ARM의 전통적인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려면 그야말로 비상한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대만 쪽 담당자들은 ARM에서 일한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을 불러야겠어요. 그들에게서 좀 더 신선한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 대표가 읽는 책 10권 가운데 끝까지 보는 것은 3~4권 정도라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을 참지 못해 웬만큼 아는 내용이다 싶으면 그대로 덮어버리고 새 책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떠나 가족들과 뭔가 새로운 일을 함께 해보고 싶은 게 김 대표의 희망사항인데, 가족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집안사람은 가족의 신규 아이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20대에 접어든 두 아이는 게임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은데 일 얘기를 하면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처럼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요즘 아이들과 UCC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우리 가족의 10년 후를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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