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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차세대 DVD 표준 경쟁 "포르노 영화사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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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도시바를 양대 축으로 한 차세대 DVD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엉뚱한 곳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둠의 세력’인 포르노 영화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포르노 영화사의 선택을 받는 곳이 표준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 한번 포르노 영화사들이 ‘승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성급한 진단을 허락하지 않는 숨가쁜 경쟁 상황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

이번에도 포르노영화사들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인가?

소니가 이끄는 블루레이와 도시바가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HD DVD 진영이 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할리우드 영화사를 비롯해 주요 가전업체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면서 '세 과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의 행방은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바로 미국의 성인영화사들이다.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이런 진단이 다소 황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성인 영화사들이 판도를 결정할 것이다"는 진단에 흔쾌히 동의를 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기반할 경우엔 도시바가 이끄는 HD DVD 진영이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1월 초 개최된 포르노 영화사들의 축제인 애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Adult Entertainment Expo)에서 위키드픽처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성인 영화사들이 HD DVD 방식으로 제작된 포르노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보에는 미국 성인영화업계의 대부나 다름없는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와 포르노 스타인 제나 제임슨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클럽 제나도 가세했다.

포르노 업계 "HD DVD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

사실 대형 포르노업체들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성능이 뛰어난 블루레이 쪽에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 반전되고 있어 가뜩이나 포르노 영화사들의 외면으로 이미 한 차례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던 소니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베타방식을 앞세워 가정용 비디오 시장 석권을 노렸던 소니는 VHS 방식에 참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VHS 방식이 상대적인 우위를 보인 것은 포르노 업계가 VHS 방식을 채택한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포르노 고객들은 전통적으로 가정용 비디오, DVD 플레이어, 초고속 인터넷 등을 남보다 먼저 사용하면서 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포르노 업계의 선택에 따라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포르노 영화업체들이 HD DVD 쪽으로 돌아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기술 지원도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소니 측이 포르노물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 역시 이들의 변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의 설립자이자 감독인 준(Joone)은 독일 웹진 ‘하이제(Heise)’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소니는 내 영화들을 HD-DVD로 출시되기를 원했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포르노물을 만들려면 도시바가 이끄는 HD DVD 쪽에 알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소니 측은 즉각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블루레이 디스크 연합(BDA)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것. 자신들이 앞장 서서 포르노물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다른 업체들이 블루레이 방식으로 포르노물을 만드는 것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올해 들어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했던 소니에게도 2월 들어 희망가가 울려 퍼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성인 영화사 중 하나인 비비드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블루레이 DVD 형식의 포르노물을 내놓기로 한 것.

비비드 엔터테인먼트는 3월 중 선보일 자신들의 첫 차세대 DVD 타이틀을 블루레이 형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비드의 이 같은 발표는 미국 성인 영화사들이 도시바의 HD DVD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그 동안의 관측을 뒤집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비디드는 블루레이 뿐 아니라 HD DVD 제품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주요 성인 영화사가 처음으로 블루레이 지원을 천명한 것 자체만으로도 소니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소니, 포르노의 악몽 떨칠 수 있을까?

포르노 영화사들은 자신들이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 났다는 진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키드의 라모스 부사장은 VHS/베타맥스 간의 표준 경쟁에 대해 "성인 영화 업계가 승패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요소였을 뿐이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월마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니와 도시바는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저마다 최신 기술을 선보이면서 DVD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특히 소니는 할리우드 유력 영화사들의 지원을 끌어내면서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듯 했다. 하지만 소니는 1980년 대 가정용 비디오 표준 경쟁에 이어 또 한번 '포르노 영화'라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과연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의 승패가 어떻게 될까? '음지'에 숨어 있던 포르노 영화사들의 의중에 따라 명암이 갈리게 될까? 아니면 소니가 20년 전의 악몽을 과감하게 떨쳐 낼 수 있을까? 아직 단정하기 힘들긴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만 놓고 보면 소니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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