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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IP TV 논쟁의 최대 해프닝과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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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TV 법제화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융합 문제를 놓고 방송계와 통신계가 맞붙은 최전선(最前線)이 IP TV다.

논란의 핵심은 이를 방송으로 볼 것이냐,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로 볼 것이냐의 문제다. 당연히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방송계와 통신계의 이해가 갈린다. 방송으로 보면 이후 정책도 종전 방송 관련법을 승계한 모양새가 되고, 전혀 새로운 서비스로 보면 완전히 틀을 바꾼 새로운 정책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방송계는 전자의 논리를, 통신계는 후자를 택한 상황이다.

이 논쟁의 최대 해프닝은 서비스 이름 짓기였다.

IP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TV는 변하지 않은 목적인 셈이다.

생음악으로 듣건, LP판이나 CD로 듣건, 방송으로 듣건, MP3P로 듣건 결국 귀에 와서 들리는 것은 음악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통신계로서는 이 이름이 달가울 리 없다. IP TV가 방송으로 정의되면 기존 방송법에 의해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IP에 방점을 찍을 경우, 인터넷 서비스에 가까워 진입 퇴출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는데, TV에 방점을 찍을 경우, 통신 대기업으로서는 '대기업 진출 제한' 등의 제약이 생겨 사업하기가 훨씬 더 까다로워지는 것.

그래서 지난해에 생긴 사생아 같은 이름이 iCoD, IP미디어, 웹미디어 등이다. 실체는 같지만 통신계의 필요에 따라 이름이 바뀐 셈이다. 특히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iCoD라는 이름을 통신계와 기자들한테 권장하기도 했다. 이름 때문에 방송계와 싸우게 되니, 이름을 바꿔버리자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그가 장관직을 떠나자, iCoD라는 알아먹기 힘든 이름은 통신계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말이 좀 과하지만, 진 장관이 '눈 가리고 아웅'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름을 놓고 벌인 이같은 해프닝 때문에 논쟁의 과정에서 방송계보다 통신계가 더 꼼수를 부렸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IP TV처럼 '00TV'란 이름으로 서비스 하면서도 TV 즉 방송보다는 IP 즉 인터넷 쪽에 더 가깝다고 인식되는 서비스도 있다. '곰TV'나 '판도라TV'가 대표적이다. IP TV와 달리 방송계도 큰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그 이름 속에서 '곰을 이용한 TV'나 '판도라를 이용한 TV'란 해석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런 TV와 IP TV가 달리 해석되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IP TV 법제화 논쟁의 핵심은 이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IP TV에 대해 규정한 것을 단순화시켜서 이해하면, IP TV와 인터넷 사설 방송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은 '서비스의 품질'과 '신뢰도'라고 할 수 있다.

IP TV는 훨씬 더 신뢰도가 높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강력한 셈이다. IP TV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설 방송(심지어 포르노 방송도 많음)과 달리 공중파 TV처럼 국가 공공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설 방송과 달리 TV로서 공공성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존재로서 자리매김될 이유가 있는 것.

그렇게 자리매김하면 IP TV는 허가과정부터 많은 제약과 제한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지금 통신계가 하려고 하는 서비스는 수많은 인터넷 사설 방송과 다를 것이다. 인터넷 사설 방송과 비슷한 것을 할 거면 굳이 법제화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이라도 그냥 하면 되고, 누군가 시비 걸 근거도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IP TV 이름 바꾸기 해프닝은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었다.

정책을 입안하는 당국자들이 깊이 새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공자는 정치의 근본을 정명(正名)이라 했다. 치우침 없이 본질을 꿰뚫어 이름을 세우고 그 이름대로 하는 것, 그것이 정명이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불러 같이 정치를 하자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는 것부터 하겠다."

구닥다리 낡은 이야기지만 필요한 이야기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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