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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혹독한 겨울" 노후 재건축 '몸테크'족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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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고드름에 관리비 '폭탄'까지…수도권 노후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반년새 109.2→97.8

[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노후 단지에 실거주하면서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몸테크(몸+재테크)족들의 '버티기' 난이도는 여전히 혹독한 겨울 추위를 실감하게 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노후화로 생활상 불편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난방비 등 관리비 폭증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동안 몸테크족 유입이 늘어날 시장 상황이 이어지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겨울 유난히 매서운 한파에 노후화된 주택의 상수도 동파사고가 잇따르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수십억원까지 호가하는 노후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준공한지 38년째인 서울 서초구 잠원역 인근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말부터 일부 세대에서 1m가량 길이로 고드름이 자라났다. 노후화된 수도관이 터져 새어 나온 물이 얼어붙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드름의 끝이 송곳처럼 뾰족해진 것이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넘어 신변의 위협까지 느꼈다. 한 지역 주민은 "고드름이 머리 위로 떨어져서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는 전용면적 115.83㎡(약 35평)를 기준으로 직전 거래에서 27억4천만원에 계약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역 인근 노후 단지 베란다에 고드름이 송곳처럼 삐죽삐죽 돋아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역 인근 노후 단지 베란다에 고드름이 송곳처럼 삐죽삐죽 돋아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노후화와 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인해 입주민들의 관리비도 크게 늘었다. 인근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세대당 60만원 내외의 관리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단지에선 중앙난방보다 요금이 저렴하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난방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재건축 사업은 수 년 전부터 추진돼왔지만 관련 규제가 해제된 현재도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채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엔 준공한지 33년이 지난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일부 세대 수도관이 터져 중앙 계단 난간에 얼음과 고드름이 생기기도 했다. 자신을 '몸테크족'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마치 겨울왕국인 줄 알았다"며 "준공한지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서둘러 재건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악화된 주거환경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더해지자 몸테크족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구매 심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모두 하락한 가운데 지은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의 하락폭은 6개월여 전인 지난해 7월 18일(109.2)보다 11.4포인트(p) 떨어진 97.8을 기록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난간이 얼음으로 둘러 쌓여 있다. [사진=독자 제보]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난간이 얼음으로 둘러 쌓여 있다. [사진=독자 제보]

전월 말(100.5)과 비교하면 2.7p 하락한 것으로 15~20년된 아파트(-2.6p)보다 낙폭이 더 크다. 구축 아파트가 몸테크를 위한 재건축에 기간이 더 소요되는 아파트보다 매매가격지수가 낮은 것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강남권(-1.8p)보다 몸테크에 관심있는 젊은층 문의가 더 많았던 강북권(-2.3p)의 하락 폭이 컸다.

몸테크족의 집에 세입자를 들이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고금리와 깡통전세(계약만기시 전셋값이 떨어져 보증금을 못받는 것) 우려에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20년 초과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06.1에서 6개월 뒤인 지난달 말 91.2로 14.9p 떨어졌다.

업계에선 당분간 몸테크족 유입이 줄어들 만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여 년 전까지 중대형 평형 세대의 공급이 많았다가 전용 84㎡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2007년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상승 때문"이라며 "올해 가스 요금이 1년 만에 40% 가까이 오른 만큼 과거처럼 면적이 넓은 노후 아파트의 인기가 더 떨어져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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