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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이통사 중앙집권화’…韓 단일 표준 플랫폼 ‘위피’ 몰락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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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10부. 아이폰 쇼크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2005년 KTF가 중소기업과 함께 '위피' 활성화에 나선 모습 [사진=KTF]
2005년 KTF가 중소기업과 함께 '위피' 활성화에 나선 모습 [사진=KTF]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텔레콤과 KTF가 비동기식 WCDMA 상용화와 더불어 HSDPA를 통해 전국망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3세대통신(3G) 시대가 열렸다. 동기식 사업을 포기한 LG텔레콤은 기존 2세대통신(2G) CDMA를 업그레이드한 CDMA2000 1x EV-DO 리비전(Rev).A로 대응했다.

WCDMA가 음성뿐만 아니라 데이터 속도가 2Mbps 이상으로 올라감에 따라 시장 트렌드도 급속하게 변화했다. 더 긴 호흡의 글을 보낼 수 있는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와 주문형영상(VOD), 음원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탄생했다. 한켠에서는 이동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성능이 점차 향상됐다.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이 때부터 유심(USIM)이 등장했다는 것. 휴대폰에 넣는 가입자식별모듈(USIM)이 사용된 때는 3G가 시작점이다.

기존 휴대폰의 경우 기기 자체에 이동통신 정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기기변경 절차를 거쳐 신규 휴대폰 사용이 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2G방식을 업그레이드한 것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유심을 도입, 신규 단말기에 유심을 꼽으면 언락폰의 경우 바로 사용이 가능했다.

유심이 도입되면서 기기변경이 보다 쉬워짐과 동시에 글로벌 로밍도 편해졌다. WCDMA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이었기에 휴대폰을 각 국가에 맞춰 바꾸지 않아도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이나 출장이 잦은 직장인에게는 매력적인 기능이었다.

3G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통3사도 이에 맞춰 새옷을 갈아 입었다. 각자의 특징을 살린 브랜드 마케팅 대결이 이뤄졌다. SK텔레콤은 '티(T)', KTF는 '쇼(SHOW)', LG유플러스는 '오즈(OZ)'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했다. 특히 KT 쇼 브랜드는 당시 "쇼하라"라는 카피가 전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기도 했다.

외산 휴대폰 도입, 위피 없어도 되는 '스마트폰' 먼저 [사진=기가바이트]
외산 휴대폰 도입, 위피 없어도 되는 '스마트폰' 먼저 [사진=기가바이트]

◆ ‘위피’ 초기 목표 달성…역효과에 ‘당황’

데이터 속도 상승을 통한 콘텐츠 유통 활성화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난립해있던 여러 콘텐츠 표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콘텐츠들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초기 이통3사는 각기 다른 방식의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했다. 때문에 개발자는 3가지 버전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게다가 외산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로열티 문제도 부상했다. 퀄컴 브루, 썬마이크로시스템즈 J2ME 등의 라이선스 비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나 통상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를 벗어나 국내 단일 플랫폼 표준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정부 주도로 2001년 국책사업을 통한 표준 단일 플랫폼 개발이 추진됐다. 그 결과 통합 무선 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출범했다.

2005년 4월 1일 정보통신부는 국내 무선인터넷산업을 진흥한다는 목적하에 휴대폰에 '위피' 시스템 탑재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즉, ‘위피’가 없다면 국내서 단말 판매가 금지된 셈이다.

'위피'는 초기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 이통시장뿐만 아니라 단말 시장까지 외부로부터 단단하게 보호해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단했으나 외산폰에게 우리나라는 무덤과 다를 바 없었다.

초기 목표를 달성한 ‘위피’는 곧 부작용을 낳았다. 통합이 지속됨에 따라 권력이 창출되고, 이는 갈라파고스 문제를 일으켰다. 고집이 심하면 아집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3G 국내 휴대폰 시절은 이통사가 중심이었다. 단말 공급도 이통사가 했지만 콘텐츠도 이통사가 배급했다. 해외에서는 개발사와 함께 전문 공급자가 있었지만 국내서는 이통사가 곧 공급자였다. 개발자가 콘텐츠를 개발하면 이통사가 결제방식을 더해 포털에 올리는 절차를 밟았다.

즉, 이통사 고객은 단말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개발자도 여러 표준에 얽히지 않고 하나에만 매달려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지만, 이는 통신사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공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이통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셈이다.

역시나 이통사는 일종의 콘텐츠 유통의 진입장벽으로 군림했다. 이 안에 속해있는 개발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바깥쪽에 있는 개발자는 이 장벽에 막혀 제대로된 서비스조차 묘연했다.

또 다른 문제로 국내서 유통되는 휴대폰은 법적으로 '위피'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했기에 외산 휴대폰의 국내 진입이 매우 어려웠다.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역효과가 발현된 셈이다.

이같은 ‘위피’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단말이 바로 애플의 ‘아이폰’이다. 위피는 기존 외산 플랫폼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라이선스 문제가 발생하고, 이통사별로 일부 다른 표준들이 뒤섞이는 등 시장의 역효과가 발생하면서, 경쟁을 둔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존립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4월 위피 도입 의무화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아이폰 쇼크’의 배경이 완성된 시점이기도 하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

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

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

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

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

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

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㊲ ‘SK·한통·LG·하나로’ IMT-2000 도전…춤추는 정부

㊳ 하나로통신 007 작전…’정부·재벌’ 허 찔렸다

㊴ SK텔레콤·한국통신 IMT-2000 입성…LG·하나로 ‘탈락'

㊵ LG텔레콤 vs 하나로통신…동기식 IMT-2000 주인 찾았다

8편. 3G 시대 개막

㊶ IMT-2000 표류…CDMA2000 비상

㊷ 연기 또 연기…3G WCDMA 초라한 등장

㊸ '011·016·019→010 통합' 논란…번호이동 패닉

㊹ 유선망 2위 사업자 ‘파워콤’ 인수전…하나로 vs 데이콤 ‘격돌’

㊺ 휴대인터넷 세상 열겠다…와이브로 출항기

9편. 3G 삼국정립

㊻ SKT ’T 브랜드’ 탄생 vs KTF ”쑈(SHOW)를 하라”

㊼ “악법도 법이다”…LGT IMT-2000 사업권 반납

SK텔레콤, 하나로 품다…유무선 통합 1위 도전

㊾ KT-KTF 합병…이석채 회장 통합KT 시대 개막

㊿ ‘LG 삼콤사’ 텔레콤·데이콤·파워콤 = LGU+ 통합 출범

10편. 아이폰 쇼크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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