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저신용자에 '빚' 권하는 현대카드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금 융통으로만 볼 수 없어…결국 빚폭탄"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현대카드가 저신용자들의 '빚' 사용을 종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정최고금리(20%)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거두기 위해, 국내 카드사 중 저신용자에게 가장 쉽게 빚을 내주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신용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대상 후불결제(BNPL) 사업까지 뛰어들면서 비판을 키웠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중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 18% 이상(18~20%) 저신용 차주(대출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카드(32.04%)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금리 18% 이상 저신용 차주 비율은 12.91~26.33%다. 30%를 상회하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 본사 전경.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 본사 전경. [사진=현대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 잔액 증가도 두드러진다. 지난 3월 기준 현대카드의 리볼빙 잔액은 3조2천70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천831억원) 대비 4천87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 증가 평균은 2천203억원이다. 현대카드 리볼빙 잔액 증가 규모가 다른 카드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큰 셈이다.

리볼빙은 카드 이용 대금이나 현금서비스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내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주로 저신용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최후의 보루다. 법정최고금리 20%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 탓에 당장 대금을 갚을 수 없는 이들만 찾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저신용자들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카드사 대비 그 정도가 지나쳐 과도한 수익 장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신용자에게 쉽게 빚을 내주는 것이 결국 상환 부담으로 작용해 빚폭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건희 한국신용카드학회 이사는 "유동성이 부족한 요즘, 저신용자들이 급하게 돈을 빌릴 때는 고마울 수 있다"면서도 "금리 18~20%는 대부업과 비슷한 금리 수준이라 결국 상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자금 융통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고금리 대출성 사업에 이어 BNPL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저신용자 빚 내주기에 고삐를 당겼다. 이달 초 온라인 패션 쇼핑몰 무신사의 운동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 후불결제 서비스 '카드 없이 분할결제'를 도입했다. 국내 카드사 중 후불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는 현대카드가 처음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카드가 없어도 물건을 사고 후불로 3개월간 대금을 나눠 낼 수 있다. 사실상 온라인 외상인 셈이다.

BNPL은 신용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대상이지만, 저신용자들의 이용 비중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거나 저신용자일수록 BNPL 이용률이 높았다.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들이 사용하다 보니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미국 설문조사업체 어센트에 의하면 BNPL 이용자 중 45%가 본인 예산을 초과하는 물건을 샀다.

강현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개인으로서는 소비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으면서도 지출 여력이나 상환 능력이 없는 가운데 소비부터 하는, 과소비 문화 조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BNPL 이용자들은 금융거래가 많지 않고 검증이 되지 않은 저신용 차주인 만큼 차주 리스크가 있다"면서 "서비스가 지닌 장점이 있지만 과소비나 연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측은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카드론 이용자 비중의 경우 월별 실제 이용 비중에 따른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집계된 달에 금리 18% 이상 이용 차주들이 몰렸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BNPL이 저신용차주들한테 외상을 주는 의미로 해석하면 왜곡된 시선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하는 과정과 심사 과정이 동일하다"면서 "BNPL 이용자들의 신용 이력이 적지만 최대한 갖고 있는 신용이력을 판단해서 심사해 모두에게 발급을 허용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타 BNPL과 다르게 제도권에서 하는 거다 보니 연체 정보 등이 공유된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관리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저신용자에 '빚' 권하는 현대카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