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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기술 유출' 두고 7년 싸운 LG-삼성…中 BOE에 인력만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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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다툼 중 100여명 BOE로 건너간 듯…수십년 쌓은 OLED 기술, 中 유출 '심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두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7년간 법정 싸움을 벌이면서 중국 BOE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이 중국 BOE로 대거 이직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문제로 다투는 사이 100명 이상의 한국 인력들이 중국 BOE로 건너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BOE]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문제로 다투는 사이 100명 이상의 한국 인력들이 중국 BOE로 건너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BOE]

23일 닛케이아시아 등 일부 외신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문제로 다투는 사이 100명 이상의 한국 인력들이 중국 BOE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들은 더 나은 급여를 받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현재 한국에서 온 많은 인력이 중국 내 OLED 공장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협력업체 사장 A씨는 LG디스플레이와 공동으로 OLED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LG 측은 A씨가 지난 2010년 5월 OLED 페이스 실(Face Seal) 주요 기술 자료를 만든 후 경쟁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과 만나 기술 설명을 하고 해당 자료를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봤다. 페이스실은 OLED 소자의 공기 접촉을 막아 디스플레이 수명을 늘리는 기술이다.

이 사건은 A씨가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 전달한 'FS 주요 기술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지가 쟁점으로, 1심 재판부는 해당 자료 중 일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에게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영업비밀 요건 중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LG디스플레이가 영업비밀 원천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와 비교해 구체적인 내용이 생략된 정도로만 기재됐다"며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하청업체 대표와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7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인력 유출 영향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굴기를 목표로 잡은 중국이 핵심 인력과 기술 흡수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국내 기술 유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며 "중국이 글로벌 OLED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한국 텃밭으로 불리는 OLED 시장도 뺏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직원이 회의실 유리벽에 투명 OLED를 내장한 '회의실용 투명 OLED 솔루션(모델명 E 크리스탈)'의 활용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직원이 회의실 유리벽에 투명 OLED를 내장한 '회의실용 투명 OLED 솔루션(모델명 E 크리스탈)'의 활용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실제로 최근 몇 년간 OLED 기술 유출 사례는 수십건 발각됐다.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해외로 한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기술이 빠져나가려다 적발된 사례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국가 안보와 경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도 5건이 포함됐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 공정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팔아 넘기려던 삼성디스플레이 수석 연구원과 장비협력 업체 대표 등은 지난해 초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과 같은 장비나 재료를 사용해 따라해도 수년간 축적된 노하우는 따라가기 어렵다"며 "이에 중국이 짧은 기간 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인력을 영입하려고 연봉을 2~3배 높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파상공세는 곧 시장 점유율로 나타나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대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중소형 OLED 패널에서 중국이 약진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7년까진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을 90%이상 차지하며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3.2%, LG디스플레이가 14.3%, BOE가 7.3%, 차이나스타(CSOT)가 2.4%다. 옴디아는 올해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60%대까지 떨어지고 중국 점유율이 27%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가 99.9%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 OLED 패널 시장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업계는 중국이 중소형보다 최근 대형 패널쪽 인력 유출 시도에 더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 직원이 재택근무 중 내부망에 접속해 대형 OLED 패널 공정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기기 직전 수사기관에 검거됐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추격에 대응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통합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국의 인력과 기술 유출을 막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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