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합리적 이유 없이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정년유지형'뿐 아니라 '정년연장형'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상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2일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웹 세미나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연령차별 금지 조항의 강행규정성과 연령차별의 합리적 이유에 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이라며 "정년유지형이 모두 무효라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돼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견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계는 판결문에서 적용 범위를 '정년유지형'으로만 명시했다는 점"이라며 "정년연장형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는 일관되지 않은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A씨가 과거 재직했던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고령자고용법상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이번 분쟁의 쟁점은 절차적 적법성(취업규칙 변경 절차)에서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 실체적 적법성(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초기와 현재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이 연령차별 금지 조항의 강행규정성과 연령차별의 합리적 이유에 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장 변호사는 "초기에는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됐는지, 적법한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며 "이후 점차 임금피크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면 그 조건이 우선 적용되는지를 살피는 '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이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나온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을 중심으로 한 고령자고용법 위반 사항을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쟁점이 확대된 듯 하다"며 "정년유지형이 모두 무효라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돼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견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선고된 2건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모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그 근거가 달랐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정년연장형 판결의 결과는 동일했으나, 판단기준이 다르게 적용됐기 때문에 기업마다 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체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도 이날 웹 세미나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만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안전지대'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의 정년연장형에 대한 통일된 판단기준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다만 대법원 판결 이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에서 대법원 판결 기준을 참고했다는 것이 명시됐다"며 "이에 따라 두 유형의 판결 모두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과 목적에 맞는 운영, 임금 삭감 정도 및 대상조치의 적정성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개정 당시 목적을 명시한 자료, 근로자 생산성 변동 추이, 도입 전후 신규 채용 규모 및 인건비 자료, 근무 내용과 강도 자료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이 자체 점검을 마친 후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되면 ▲임금 삭감률 축소 ▲근무시간 단계별 감소 ▲직무 전환배치 ▲신규 채용규모 확대 ▲퇴직 대비 교육 등 보장책 마련 등을 신속히 실시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자 동의 절차와 같은 절차적 적법성과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 분쟁 발생시 비용 등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욱래 태평양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개정 전 이미 임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완 조치를 취하더라도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집단소송을 통해 판단을 받거나 합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은 노사간 다양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며 "기업 자체적인 점검뿐만 아니라 외부의 종합적인 컨설팅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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