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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같은 기억은 같은 뉴런에 저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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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팀 “같은 경험하면 기존 뉴런에서 새로운 뉴런으로 교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같은 기억은 같은 뉴런에 누적될 것이란 통념이 바뀌게 됐다.

카이스트((KAIST, 총장 이광형)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은 살아있는 생쥐 뇌에서 기억저장 뉴런(신경 세포)을 표지하고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같은 경험을 다시 할 때 원래 존재하던 오래된 기억 뉴런이 새로운 뉴런으로 교체됨을 규명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뉴런 스위칭’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원리로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전에 경험했던 학습을 다시 하면 기존 기억 뉴런에서 시냅스 연결이 감소하는 반면 새로 참여하는 뉴런에서는 시냅스 연결이 증가함을 밝혀냈다.

같은 기억이 같은 뉴런에 저장될 것이란 통념이 깨졌다. [사진=카이스트]
같은 기억이 같은 뉴런에 저장될 것이란 통념이 깨졌다. [사진=카이스트]

이번 연구는 같은 기억은 같은 뉴런에 계속 저장됨으로써 경험이 누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깼다. 같은 경험을 다시 할 때 뇌에서 오히려 뉴런들이 다이내믹하게 새로 교체됨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뉴런 교체는 기억 업데이트의 중요한 기본원리로 생각되며 노화,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상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회상된다. 대부분의 기억은 반복 경험을 통해 뇌에서 유지되고 업데이트된다. 뇌에서 기억을 표상하는 물리적 단위가 존재하며 특정 신경 세포 집단(기억 엔그램) 이 기억을 인코딩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반복된 경험에 노출됐을 경우 기억을 저장하는 뉴런들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존 연구를 통해 같은 학습의 반복으로 형성된 기억은 같은 신경 세포 집단을 통해 계속 저장되고 강화될 것으로 추측돼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생쥐 뇌 편도체(amygdala) 영역에서 기억저장 세포를 표지하고 광유전학 기법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통념과 달리 첫 학습 하루 후에 같은 학습을 반복했을 때 ‘같은’ 기억이 전혀 다른 세포들을 통해 다시 저장되고 회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반복 학습된 기억이 첫 번째 학습으로 형성된 기억 엔그램을 억제하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반복 학습 후에 기존 엔그램에서 시냅스 가소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 경험이 반복되면 기존의 기억 엔그램이 기억 회로상에서 연결이 약해지기 때문에 기억 발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냅스는 신경 세포 간의 정보가 전달되는 구조적 장소를 말하는데 시냅스는 그 활성 정도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화 가능하며 이를 시냅스 가소성이라 부른다.

기존 기억 엔그램이 반복 학습된 공포 기억에 필요하지는 않는데 흥미롭게도 기존 기억 엔그램을 광유전학 기법으로 자극했을 땐 공포 반응이 나타났다. 기존 기억 엔그램의 연결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 정보를 간직한 채 ‘휴면 엔그램(silent engram)’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였다.

연구팀은 반복 학습된 공포 기억이 두 번째 학습 때 활성화된 편도체 뉴런들에 새로 저장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같은 경험의 기억이 처음과 다른 세포 집단에 인코딩된다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했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은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뇌에서 그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발견ˮ이라며 “앞으로 기억 뉴런을 표적으로 해서 원하지 않는 기억 삭제,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상실 억제, 복원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 기억제어 기술개발에 도움을 줄 것ˮ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조혜연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Turnover of fear engram cells by repeated experience)는 셀 프레스(Cell Press) 그룹의 오픈 액세스(Open-access)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0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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