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라임펀드' 판매로 손해를 봤다며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판매사에게 투자자 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한 이후 판매사가 제기한 첫 소송으로, 향후 라임펀드 판매사들의 연이은 소송전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 미래에셋증권 "라임과 TRS 계약 신한금융투자…배상액 일부 책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라임펀드 사태로 인한 손해엔 신한금융투자의 책임도 있다며 배상액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라임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실상 대출 개념이다. 증권사는 펀드 만기 때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하고, 투자자들은 나머지 대금을 분배받는다. PBS는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자산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말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판매액을 투자자에게 100% 반환하면서 회사 입장에서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해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장을 접수한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서 라임펀드와 관련한 법적 책임 소재를 더욱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6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이유로 2018년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원금 100%(총 1천611억원)를 투자자에게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온 것은 금융투자상품 분쟁 조정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라임펀드 100% 배상 권고를 받은 판매사는 미래에셋증권(91억원)을 비롯해 하나은행(364억원),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이다. 신영증권(81억원)의 경우 해당 펀드를 판매했지만, 투자자와 자율조정을 통한 배상을 진행하기로 하며 권고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여 라임펀드 판매액을 전액 배상했다.
◆ 하나·우리은행 등 법적 대응 예고…신한금융투자 "분조위 결정에 이견"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자 은행과 증권사 등 20개 판매사는 공동대응단을 꾸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자신들도 금융 사기를 당한 입장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신한금융투자를 상태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다른 판매사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판매사들은 금감원 분조위의 100% 배상 결정 이후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판매사들은 금감원 분조위가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가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한 만큼 판매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을 청구할 만한 사실관계가 있다면 이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검찰 조사를 통해 부실 은폐와 사기 혐의가 드러난 라임자산운용과 PBS 계약을 체결했던 신한금융투자 사이에 공모 의혹이 불거진 만큼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임 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장이 투자자에게 라임펀드 부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임 전 본부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판매사의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라임자산운용이나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이나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피해 보인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한 데 대해 전액 배상을 결정했는데, 이는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은 '껍데기'만 남은 상태여서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실익이 없다. 전액배상 권고가 내려진 무역금융펀드 외에도 라임은 4개 모펀드와 173개의 자펀드를 합쳐 모두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투자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은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때문에 구상권 청구 등 손해배상의 타겟이 신한금융투자로 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분조위 결정 내용 가운데 법리적으로 이견이 있고 당사의 PBS와 관련해 인정된 일부 사실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어 향후 법적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금감원 분조위가 밝힌 내용 중 ▲기준가 임의 조정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펀드 환매 자금 마련을 용이하기 위한 펀드 투자구조 변경 ▲인터내셔널 인베스트그룹(IIG) 펀드 부실과 BAF 펀드의 폐쇄형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구조 변경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 자금을 기존 자(子)펀드의 환매대금으로 사용 등에 대해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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