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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신용대출 받아 SK바사 청약에 우르르…'빚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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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조6천억원 몰린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은행권 신용대출도 급증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에 사상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 몰렸다. 은행 신용대출을 통해서도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주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빚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건전성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사상 최대 규모인 63조6천197억원의 증거금이 몰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의 58조5천543억원이다.

◆ 주식시장 잠잠해지자 줄었던 은행 신용대출…초신성 등장에 다시 증가세

주목할 점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이다. 청약이 진행되는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는데, 은행들은 해당 대출의 상당 부분이 공모주 청약에 사용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1천843억원이었는데,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하루 전인 지난 8일엔 136조4천501억원, 청약 마지막 날인 10일엔 139조9천972억원까지 증가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늘었다. 은행별로 지난 8일 대비 10일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5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모주 청약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고신용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라며 "수입이 안정적이더라도 순수 여유 자금으로 청약에 넣긴 어려운 만큼, 신용대출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은행들이 자율 규제 일환으로 고신용자에 대한 한도를 줄이긴 했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공모주 이슈가 있었던 시기엔 어김없이 잔액이 증가했었다.

약 30조원의 증거금이 몰린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당시였던 지난해 6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천232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8천374억원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있었던 지난 해 9월도 전월 대비 2조1천억원 늘었다.

업계는 앞으로도 공모주 청약은 '대박'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공하면 엔간한 정기예금 이자보다 훨씬 많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모주 청약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며 "고신용자들이 투자할 유인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공모주 청약을 위해 받은 대출은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면 신속하게 상환이 이뤄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활황기와 맞물릴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을 받아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다고 100% 바로 상환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라며 "공모주에 들어갔다가 다른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으며, 이럴 땐 건전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 가계대출 1천조 시대…금융당국의 건전성 고민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3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어선 지금,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공모주 청약 이슈는 '건전성'과 '코로나 금융 지원' 사이에서 외줄을 타고 있는 금융당국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달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일단 받고 보자'는 가수요가 꿈틀거리고 있으며, 코로나19 자금 수요도 여전하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글로벌 금리 인상과 국내 금리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증가, 가계대출의 금리부담 증가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는 고신용자 위주의 핀셋 규제는 되려 건전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리스크가 적은 고신용자는 그대로 두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가계대출 관리 선진화 방안엔 거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 등이 담길 전망이다.

김상봉 교수는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규제하게 되면 저신용자 비중이 늘어나,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 된다"라며 "금리를 그대로 두는 조건으로 총액을 줄이라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저신용자에게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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