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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첫날 카페·노래방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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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시설 등 반발 산재…카페 이용시간 1시간 제한에는 비현실적 지적도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사람 구경 자체를 거의 한 달 만에 하는 것 같아요. 영업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분들이 오시다 보니 방역 대비를 철저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지난 18일 점심시간 서울 공덕동 인근 A카페에서 만난 근무자 김모(28·여) 씨는 오랜만에 사람이 몰려들어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몇 차례 경험해 본 만큼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 중단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며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 밀집지역 카페 곳곳 '북새통'…1시간 체류 제한 비현실적 지적

이날 오피스 밀집지역인 공덕동 인근에 위치한 카페 대부분은 거리두기를 위해 간격을 둔 좌석 외에는 사람이 들이차 있었다. 적막이 감돌던 매장 안은 이곳저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찼고, 근무자들은 마스크 착용을 계도하고 출입자 전자명부를 작성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 카페에는 모처럼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사진=이현석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 카페에는 모처럼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사진=이현석기자]

대부분의 고객들은 음료를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는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마스크 착용을 깜빡한 고객이 있다 하더라도 직원이 발빠르게 대처해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직원과 고객 사이 실랑이 사례가 몇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으나, 이날 카페에서 이 같은 상황은 없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던 김진수(38·남) 씨는 "이렇게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다 보니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며 "매일같이 사무실과 식당만 오가다 보니 처지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정도 활력도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점심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자리를 돌아온 '카공족' 들이 대신했다. 매장 곳곳에 노트북이 펼쳐졌고, 간단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 카공족에 적용되는 '1시간 제한'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카페 특성상 특정 인원의 출입 시간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B카페 운영자 최모(40·여) 씨는 "드나드는 분들 모두에게 알람을 맞춰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1시간 체류 제한 규정은 조금 비현실적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직원이 임의로 타이머를 잰다 하더라도 손님이 반발하게 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방·헬스장에도 손님 발길 조금씩 돌아와…유흥업소 반발 격화 예상돼

저녁 시간이 되자 노래방과 헬스장에도 조금씩이나마 손님이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다만 엄격한 면적당 인원 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고, 타액 등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인 만큼 카페에 비해서는 다소 한산했다. 특히 코인노래방은 손님이 들어갔던 방을 메모를 통해 관리하며 30분간의 방역 시간을 준수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은 당초 저녁 시간이 주력 영업시간이었던 만큼,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인한 효과를 크게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44·여) 씨는 "코인노래방은 대부분 오전에 개인 일정을 마친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는 곳인 만큼 실질적 영업 시간은 오후 6시부터 3시간 전후"라며 "매출 회복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영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보다는 훨씬 나은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저녁 한 코인노래방에서 손님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19일 저녁 한 코인노래방에서 손님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반면 유흥업소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식당, 노래방, 헬스장 등 대부분의 업종이 제한적이나마 영업이 허용됐지만 유흥업소에 대해서는 아직도 영업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집합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하며 '점등시위'를 이어가는 등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갈등이 격화될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서울 건대입구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35·남) 씨는 "늦은 시간 영업이 핵심이라 거리두기 완화로 큰 효과를 보긴 어렵겠지만 영업을 아주 못 하는 상황과 조금이나마 하는 상황은 명백히 다르다"며 "테이블간 간격을 두는 등의 조치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방역 조치를 시행할 수 있음에도 굳이 유흥업소만 규제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향후 2주 동안이 방역의 큰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발적 집단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병하는 가운데, 과거와 같이 카페 등 업종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더욱 강도 높은 영업 제한 조치가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이다.

또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상공인들이 카페 등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자체적 방역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졌다. 이에 운영자들의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와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가장 큰 방역 난제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거리두기 조치 완화가 큰 양보였을 것"이라며 "카페 등 업종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날 경우 더욱 강한 제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영업이 허용된 업종은 소상공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업종이라 인원 등의 이유에서 적극적 방역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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