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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물던 엘리엇 잊었나…학계·경제계 "'상법개정안' 경영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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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코로나 위기극복에 상법이 걸림돌 되지 않아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기업지배구조 개선 목적으로 발의돼 있는 상법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3대 주주나 해외 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

재계는 20대 국회에 이어 재추진에 들어간 상법 개정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할 상황에, 지원은커녕 경영 활동을 옥죄는 새 규제만 정부가 내놓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에게 위협을 가했던 것처럼 해외 투기세력이 기업들의 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투기세력에 대항하다 보면 기업 회복이 더욱 어려워 진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의원(미래통합당)과 한국기업법연구소(이사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한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1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3층)에서 개최됐다.

서울 도심 빌딩 스케치 , 종로 신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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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6월 1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주요 이슈들을 점검하고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살피는 자리다.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0분의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주 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논의돼왔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시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국민들께 문제의식을 쉽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토론회 부제를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으로 선정했다"고 토론회 의의를 밝힌 뒤, "상법이 바로서야 기업이 우뚝 솟을 수 있다.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氣UP 해드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 이 시점에 상법이라는 이름의 입법은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말했다.

이혜미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는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여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에게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시켜주는 만큼, 기업의 원활한 주총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이사의 대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현행 상법상의 집중투표제는 득표수에 따라 차례로 이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1표만으로도 이사로 선임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서로 법인격이 다른 모자회사 간 이익 충돌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모회사의 주주와 자회사의 주주가 각각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기관투자자에게 감사위원 선임권을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허용된 상황에서, 감사위원까지 선임할 기회를 주는 것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고 자칫 시장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특수 상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경영권을 업신여기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아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은, 현행 대표소송제가 모자회사 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신규로 도입할 필요는 있으나, 소송 남발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위원회의 실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감사를 두도록 하고, 1인 감사의 독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는 3인 이상의 감사로 구성된 감사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최종목표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로 하여금 대주주를 견제하게 해줄지는 모르나, 기업 성과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미국 등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권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는 설명이다. 사외이사의 임기단축 문제도 "오히려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길수록 기업 가치가 높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도 효과적이었다"며 "다중대표소송도 기대와 달리 기업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23개 주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어렵게 하는 법률(Universal Demand Law, 이하 ‘UD법’)을 도입했는데, UD법 도입 후 외부투자자의 경영개입 가능성이 줄어들어, 질적으로 우수한 신기술 특허출원이 증가하는 등 기업 혁신을 유도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합리한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이해하나, 경영권 침해나 규제 강화로 인식되어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업계 의견을 전했다.

추 본부장은 또 "코로나 19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 투자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악용을 방지하는 방안도 입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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