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올 초 뮤지컬 ‘더 데빌’에서 각각 그레첸·존 파우스트 역을 맡아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이예은과 정욱진이 지난 7일 개막한 창작 초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에서 새로운 연기 호흡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분해 보통의 사랑과 이별을 얘기한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예은과 정욱진은 평소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토록 보통의’ 합류에 대해 정욱진은 “예은이가 먼저 하기로 돼 있었고 나는 예은이가 한다고 하니까 부담 없이 들어왔다”며 “2인극이라서 더 믿고 간 것”이라고 이예은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예은은 “성두섭 오빠만 두 번째 만나는 거였고 모두 처음 같이 작업을 하는 배우들이었다”며 “낯선 기분이 들어서 ‘빨리 적응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욱진이 오빠가 딱 들어오는 순간 ‘아, 풀렸다’ 싶더라. 그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데빌’과 ‘이토록 보통의’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무대가 현실적이지 않고 세트도 무채색이에요. ‘더 데빌’은 검정색이었는데 이건 하얀색이거든요. 비슷한 구조인 것 같아요. 휑한 무대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작품이잖아요. 상징적인 무대 위에서 배우 2명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보니 ‘더 데빌’ 두 시즌을 같이 한 예은이랑 하니까 굉장히 편한 부분이 많아요.”
이예은도 정욱진에 대해 “눈을 보고 연기하고 얘기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되게 편안한 느낌이 있는 동료”라고 전했다. 정욱진은 “사실 2인극이고 남녀혼성이니까 굉장히 예민할 수 있다”며 “우리는 공연 끝나면 바로바로 얘기하고 나름의 성격들이 직설적이진 않아서 돌려서 좋게좋게 말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스타일을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이 다르니까 하다 보면 불편한 게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얘기가 되고 통한다는 게 되게 좋았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저는 욱진이 오빠와 ‘더 데빌’ 때보다 더 말이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이 4명이 제가 볼 때 연기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었어요. 뭔가 되게 자유롭고 비교적 특이한 호흡을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던 것 같아요. ‘더 데빌’은 정제된 연기톤이 필요하거든요. 그것에 제일 빨리 맞춘 사람이 예은이에요. 작품이 ‘더 데빌’이라서 ‘데빌나라로 들어온다’고 표현을 하셨는데 예은이가 가장 처음 들어갔죠. 굉장히 빠른 친구예요. 저는 첫 공연 때까지도 못 들어가다가 공연기간 중반쯤 들어갈 수 있었어요.(웃음)”
이예은은 “오빠가 되게 아이디어도 많고 갇혀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배우다보니 일단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어 했다”며 “나는 되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올라가면 자기 몫을 해내니까. 그래서 연습기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예은은 “예전에 오빠를 봤을 땐 보이는 그대로 되게 열심히 하곤 했다. 뒤에서도 열심히 하고 앞에서도 열심히 하는 게 다 보였다”며 “지금은 열심히 안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엄청 열심히 해오더라. ‘뭐야’ 하면서 그걸로 많이 놀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욱진은 지난해 초 출연한 연극 ‘네버 더 시너’ 이후 작품에 임하는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더 데빌’ 재연 때까지만 해도 작품이나 인물 분석에 올인했으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변정주 연출과의 작업 후 삶을 잘 살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특히나 창작 초연 같은 경우는 올인하고 있다가 다 바뀌면 너무 스트레스 받더라”며 “어느 정도 공연 사이즈가 됐다 싶으면 그때 아꼈던 힘을 쏟는 노하우를 찾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예은의 “오빠가 노련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말에 정욱진은 “예은이는 여전히 노련하다”고 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들의 칭찬 릴레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예은은 “오빠가 좋은 게, 추구하는 연기스타일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욱진에게 “동의하냐”고 물었다. 정욱진은 “동의한다. 내 입으로 항상 얘기하다가 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이예은은 “오빠가 그렇게 얘길 할 때 내가 동의하면 그냥 맞장구 같지 않나”라며 “그래서 얘길 잘 안하는데 오빠가 그런 표현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내가 은근히 무뚝뚝하다”고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시원하게 전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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