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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PO 시장, '구글 효과' 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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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 '구글 태풍'이 불고 있다.

구글의 기업 공개(IPO)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 사이트(www.google.com) 검색창에 구글(google)과 IPO를 입력하면 분 단위로 관련 정보들이 쏟아질 정도. 그만큼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구글 IPO에 집중돼 있다는 증거다.

구글 IPO를 기다리는 것은 투자자들 뿐만 아니다. 수 년간 침체 늪에서 허덕이던 정보기술(IT) 업계 역시 구글 IPO에 갖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들은 구글 IPO가 '기술 투자 붐'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듯,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000년 초반 이후 실종됐던 '닷컴 열풍'이 또 한번 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적'과 '명성'이란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들고 있는 구글인 만큼 투자자들에겐 더 없이 좋은 재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이 이번 IPO를 통해 최소한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회사 가치는 25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구글은 어떤 기업?

스탠퍼드대학 박사 과정 재학 중이던 세르게이 브린(30)과 래리 페이지(31)가 창업한 구글은 '황금알 낳는 거위'로 통하는 초우량기업.

구글은 지난 해 매출 10억 달러, 순익 3억5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돈 버는 닷컴'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검색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2000년 당시만해도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전체 시장의 50%를 점유하면서 명실상부한 1인자로 올라섰다. 검색 서비스 하나로 세계 시장을 휘어잡은 것이다.

구글이 발을 딛고 있는 검색 시장은 최근 들어 '황금 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억 달러 규모이던 검색시장은 오는 2007년에 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최근 들어선 대용량 메일 G메일과 로컬 검색 서비스를 앞세워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검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에 대해 전문가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버클리대학 신문방송 대학원 초빙 교수인 존 배틀은 2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글의 성장은 이전 닷컴 거품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돈 되는 사업에 대한 막연한 개념(concept)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proof)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와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는 구글 창업 초기인 지난 1999년 6월에 2천500만 달러를 투자, 25% 가량 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 지분의 3분의 1 이상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동 창업자들이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1천 명 가량의 구글 직원들도 요즘 표정 관리에 한창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 구글 IPO 어떻게 되나?

'구글 IPO' 문제는 지난 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만간 IPO 할 것이란 소문은 꾸준히 제기됐던 것. 하지만 회사 측은 아직 IPO 시점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비공개 미팅에서 "IPO는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창업자인 페이지 브린도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 IPO 같이 귀찮은 일은 할 수 없다"며 호사가들의 궁금증을 피해 갔다.

사실 구글 입장에선 굳이 이 시점에서 IPO를 감행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충분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초기 투자자이자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인 앤디 벡톨셰임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데 뭐하러 IPO를 서두르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주주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 때문에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돈 버는 닷컴인 구글 입장에선 IPO를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을 엄청나게 '뻥튀기' 할 수 있는 IPO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만도 없는 실정이다.

구글이 IPO 쪽으로 입장 정리를 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모건 스탠리와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이 IPO 주관사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등 구글 IPO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온라인 경매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직접 주식을 판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미국에서는 주주가 500명을 넘고 자산이 1천만 달러가 넘는 개인기업은 회계연도 마감 120일 이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재정 관련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구글은 29일까지 SEC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구글이 회계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IPO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IPO 시장의 동향

'구글 광풍'이 거세게 불면서 IPO시장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반 이후 3, 4년 가량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미국 IPO 시장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상태.

톰슨 파이낸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26개가 IPO를 마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1개, 2월에는 26개, 3월에는 24개가 기업공개를 했다. 이 중 올들어 IPO에 성공한 IT 기업은 11개에 달한다. 지난 해 같은 기간 IPO 대열에 동참한 IT 기업이 하나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 미국 역대 IPO 규모 순위

순위 회사명 IPO 날짜 업종 IPO규모(단위 10억 달러)
1 AT&T 2000.4.26 무선통신 10.6
2 크래프트 푸드 2001.6.12 음식 8.7
3 유나이티드 소포 서비스 1999.11.9 교통 선적업 5.5
4 CIT그룹 2002.7.1 금융 및 임대 4.6
5 코노코 1998.10.21 석유 가스 4.4
6 트래블러스 프로퍼티 캐주얼티 2002.3.21 상해보험 3.9
7 골드만 삭스 그룹 1999.5.3 금융, 투자은행 3.7
8 아기어 시스템스 2001.3.27 통신 장비 3.6
9 차터 커뮤니케이션스 1999.11.8 케이블 TV 3.2
10 루슨트 테크놀로지 1996.4.2 통신장비 3.0
11 프루덴셜 파이낸셜 2001.12.12 생명보험 3.0
12 메트라이프 2000.4.4 생명보험 2.9
13 인피니티 방송 1998.12.9 라디오TV 2.9
14 폭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1998.11.10 케이블TV 2.8
15 펩시 그룹 1999.3.30 음료 2.3
자료출처 : 르네상스 캐피탈, 아이피오홈닷컴(www.ipohome.com)

지난 3월 이후로는 온라인 보석상 블루 나일, 스팸방지 소프트웨어업체 브라이트메일, 온라인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스포스닷컴, 리눅스 회사인 린도우를 포함한 13개 기술관련 업체들이 IPO를 마쳤다.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의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가 전체의 27%정도를 차지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업체도 두각을 보였다.

이같은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실 문제를 거론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 브로드뷰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리우 수석 부사장은 "주로 반도체, 온라인 광고, 중국 인터넷 회사들이 열악한 자금사정에도 불구하고 IPO에 나서려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회사들 중 상당수가 별로 성공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톰슨 파이낸셜의 시장전략가 리치 피터슨은 "이번 1분기에 기업공개한 10개의 기술관련 기업들 중 6개가 제안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수익성에 대한 계획이 없는 회사들이라도 구글의 IPO를 보고 환상에 젖어 시장공개에 달려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구글 효과', IPO시장 강타할까

IPO 시장이 구글 효과를 만끽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긍정론을 펴는 애널리스트들은 '구글 IPO가 기술주들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투자은행 퍼시픽 그로우스 에쿼티스 회장 릭 오스굿은 "(구글의 IPO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장의 호재다"고 말했다.

긍정론자들은 구글 IPO가 2000년 초반같은 광풍 수준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기술주들의 반등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기술 기업들은 구글 도움 없이도 이미 IPO시장에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NVCA의 사장인 마크 히슨은 "지난 해 4분기와 이번 1분기의 시장 동향이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닷컴 경기가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1분기 벤처 캐피털 투자액은 27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1분기 VC 투자액 48억 달러는 그 때에 비하면 거품이 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글을 계기로 줄줄이 IPO 행렬에 동참하는 발생하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헤지펀드 회사인 캐피털 크로스오버 파트너스의 투자연구 분야 책임자 에단 맥아피는 "구글의 IPO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규모의 다른 기업들의 성장세를 억누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같은 영향이 야후나 MS 등 다른 경쟁업체들에 까지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출면에서는 애스크지브스가 지난해 2억5천만 달러, 룩스마트가 5천500만 달러에 불과, 10억 달러 매출을 자랑하는 구글에 비해선 초라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구글의 IPO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글 IPO라는 태풍이 일기 전에 미리 IPO를 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포석을 놓은 회사도 있다. 교육 관련 기기 제조업체 알파스마트는 지난 3월 기업공개를 했다.

알파스마트의 최고재무경영자(CFO) 로스 게이토스는 "우리는 구글의 화려한 IPO 시기에 뒤섞여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글 IPO라는 핵폭풍의 여파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에 대해 각 업체들의 대책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한국에는 영향 없나

이처럼 미국 IPO 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등장한 구글이지만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인 허도행씨는 "증시에 미칠 영향을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상장 등록회사들이 구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검증된 검색 서비스 외에 G메일과 로컬 검색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는 에 기대를 높은 가치를 매길 것 같다"고 분석하며 "검색이라는 정착된 수익모델에 더해 G메일 서비스과 로컬 검색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온 구글의 비전을 닮아가려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각 포털들이 상반기 안에 단행할 광고 단가 조정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구글의 비전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닷컴 혁명의 또 하나의 상징인 구글. IPO를 코 앞에 둔 구글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섣부른 낙관론자는 구글 효과에 힘입어 IT 경기가 폭발적으로 살아날 것이란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닷컴 거품을 통해 큰 코 다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쉽사리 현혹되지는 않을 것 같다. 구글이 '영악한' 투자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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