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국이 가장 먼저 철강 국가 면제협상을 마무리하며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월26일 서울 광화문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자신있게 말했다. 치열한 아웃리치와 협상 끝에 25%의 관세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수정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한국산 철강 관세를 면제하기로 확정하면서 관세부과 잠정 유예 7개국 중 유일하게 면제국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발표 하루 만에 한국산 철강선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관세 면제국이 맞는지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산 탄소·합금강 선재 제품이 미국의 철강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한국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는 5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41.1%다. 이 판정에 따라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탄소강 선재와 합금강 선재 제품에 41.1%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아울러 철강쿼터 역시 소급적용되면서 쿼터도 대폭 줄어들었다. 앞서 한미 통상당국은 한국이 25% 관세를 영구면제 받는 조건으로 대미 철강수출을 지난 2015∼17년 평균 수출량의 70%(268만톤)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내 철강사는 이달 1일부터 미국 수출량 쿼터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동안 대미 수출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산 철강 수출 쿼터 기일을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는 또다시 뒤통수를 맞게 됐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철강사의 올해 1~4월 대미 철강 수출량을 쿼터의 34.6% 가량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국내 철강사는 남은 8개월 동안 쿼터의 65% 가량만 미국에 수출해야 한다. 특히 전기강판, 스테인리스, 형강, 열연 등 일부 제품들은 이미 쿼터가 바닥난 상태다.
상황이 이렇지만 업체별 쿼터 배분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부터 품목별 운영위원회를 열고 쿼터 배분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물량이 좁혀져 이를 감안해 국내 업체들끼리 협의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세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아 혼란만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협의가 계속 진행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면제대상국 지위를 얻기 위해 철강제품 쿼터 할당을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통상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본부장의 평가대로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일관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으로 국내 철강업계 혼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철강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통상 무역정책에 따른 불투명성을 제거하는데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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