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건설업계가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 등 리스크가 겹치면서 선별 수주와 비용 통제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주요 건설사 2026년 1분기 경영실적 현황. (단위: 억원, %) 자료: 각 사 공시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a479908f17cd.jpg)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감소, 이익 방어’라는 공통된 패턴을 보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1.9%로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반면 매출은 6739억원으로 25.6% 줄었고, 순이익도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매출 6조2813억원, 영업이익 18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8%, 15.4% 감소했지만 시장 기대치는 웃돌았다.
대우건설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2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69% 증가하며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 GS건설은 매출 감소 속에서도 영업이익 1000억원대 유지가 전망된다. DL이앤씨 역시 매출은 줄고 이익은 늘어나는 구조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물산은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에 머물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흐름을 단순한 변동이 아닌 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저가 수주로 확보했던 저수익 현장이 정리되면서 원가율이 개선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실적 변동이 아니다. 산업 구조 변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10년대 중반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는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이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이후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이 반영되며 2015~2017년 해외 부문 실적에 손실이 반영됐다. 당시에는 수주 물량 확보가 우선이었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2025년 이후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사업성 검토가 강화되면서 일부 사업장은 유찰되거나 단독 입찰로 전환됐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 전략도 바뀌었다. DL이앤씨는 공사비뿐 아니라 이주비·분담금 조건·금융 구조까지 함께 검토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구조 전반의 리스크를 반영한 접근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본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은 착공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외형 확대보다 손실 회피가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황 방향이 바뀌면 수년간 지속된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사업을 선별하고 비용 구조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주요 건설사 2026년 1분기 경영실적 현황. (단위: 억원, %) 자료: 각 사 공시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89262af3365f0.jpg)
롯데 시작으로…대형 건설사 슬림화 확산
최근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희망퇴직과 조직 슬림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 중심 구조를 일부 조정, 에너지·플랜트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채용 역시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닌 다음 사이클을 대비한 구조 재편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 연구위원은 "조직과 비용 구조를 먼저 정비한 기업이 불황기를 더 오래 버틴다"며 "회복 국면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업황 하락기에 고정비를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며 "조직과 비용 구조를 먼저 정비한 건설사가 다음 경기 회복 국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상승 장기화⋯전략 변화 고착 전망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공사비 상승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자체를 흔드는 변수"라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PF 대출 만기 연장 △보증 확대 △공공 발주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정상 사업장은 자금 흐름을 유지, 부실 사업장은 정리해 건설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조치다.
건설업계의 전략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선별 수주와 비용 통제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체력에 따른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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