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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상생] ③전혀 다른 春鬪⋯그래도 신뢰와 대화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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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벌고 더 풍성해져도 노사 갈등은 더 격렬해져
사후 갈등보다 사전에 조정하는 노사관계 필요
노사 화합, 기업 경쟁력 제고 핵심적 경영 전략
사회적 공론장 부족이 한국 노사 관계의 한계

춘투(春鬪)도 이런 춘투가 없었다. 영업이익이 수백조원으로 급증하자 직원들 욕망도 한없이 치솟았다. 천우신조로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을 밥그릇 싸움하다 엎어버릴 수도 있는 형세다. 수백조원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새로운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아이뉴스24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산업계에서 확대되고 있는 노사 갈등과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긴급 3회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권리라는 점에서 노조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기업의 경영 환경을 외면한 채 과도한 요구를 반복하는 ‘귀족·강성 노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공존하며, 노사 관계를 둘러싼 인식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이런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볼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복잡해졌다. 우선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그 피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란 점을 봐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 파업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 경쟁이 가열되면서 반도체가 국가 자산과 같기 때문이다. 파업은 삼성전자 내부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및 국제 공급망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이해 관계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성과를 나눌 주체가 노조와 경영진 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400만명이 넘는 주주도 있다. 주주들이 단체를 만들어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지분 약 7.8% 보유)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고 위기의 파업과 고액 성과급 요구 파업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과거 산업 현장에서의 노사 갈등은 대부분 열악한 노동 환경이 주요 원인이었다. 무차별적으로 해고하지 말고 노동을 재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은 달라는 게 노동조합의 요구였다.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판매 부진 속에서 촉발된 구조조정이 발단이었다. 모두에게 불행한 경영 위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다보니 파업시위는 과격해지고 참사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파업은 어느 정도 불가피성이 인정돼야 최소한의 여론의 호응을 얻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최근 대기업의 갈등은 이와 많이 다르다. 근로조건이나 단순 임금협상의 범위를 넘어선다. 특히 성과급이 갈등의 포인트가 됐다. 임금과 성과급은 차이가 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에 해당하는 고용의 비용이다. 성과급 또한 회사가 회계상으로는 비용으로 처리하겠지만 본질적으로 임직원에게 더 나은 노동의 품질을 위한 독려 차원에서 이익을 배당하는 것에 가깝다. 이익 배당의 문제로 본다면 김 장관 말처럼 이해 관계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노사 대립의 핵심 포인트가 이처럼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대결 방식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점이다.

노사 상생은 신뢰와 협상으로만 가능하다

지난 2023년 개최된 포스코퓨처엠 임금 무교섭 위임식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모든 게 그렇듯 노사 갈등 해법도 과거 사례를 참고해 현실에 잘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노사 화합으로 위기를 경쟁력 강화 계기로 전환한 예는 많다. 공통점은 갈등을 사후 봉합하기보다, 사전에 협력하고 조정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노조가 임금 동결과 순환 휴직에 선제적으로 동의했고, 회사는 고용 유지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여객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화물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통 분담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도 장기간 안정적 노사 관계를 유지한 사례다. 지난 1997년 이후 이어진 29년 연속 임금 협상 무분규 타결은 경영진의 투명한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 투자 확대와 사업 전환 과정에서도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던 쌍용자동차의 후신인 KG모빌리티는 최근 의사결정 구조에 노동조합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며 경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참여 이사제'를 도입해 기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노조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고, 주요 경영 현안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약 5조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해고 대신 임금과 보너스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했다. 그 결과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아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했고,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 2010년 이후에는 별도의 재고용 없이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며 판매와 수익성을 동시에 회복했다. 이후에도 도요타는 정년(60세) 이후 65세까지 재고용을 보장하는 '계속고용' 제도를 운영해왔고, 최근에는 이를 70세까지 확대하는 등 '액티브 시니어'를 활용한 고용 안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내연기관차 수요 감소로 인한 생산 과잉과 실적 악화에 대응해 독일 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도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회사는 지난해 드레스덴 공장 생산 중단을 포함해 공장 폐쇄, 인력 감축, 임금 조정 등을 제시했고, 노조와 협상을 거쳐 약 3만 5000명(독일 인력의 약 30%) 감축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 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이 활용됐고, 임금은 5% 인상하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쓰는 등 상여금·수당 조정도 병행됐다. 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급락한 상황에서도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며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 기업들이 위기 시 임금 조정과 고용 유지를 통해 장기적 신뢰를 축적해온 관행, 독일의 공동결정제처럼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제도화한 구조가 실제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경영 정보의 투명한 공유,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 장기 고용 안정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때 노사 관계는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생산성과 회복 속도를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사 상생, 기업 경쟁력 결정하는 변수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인천 계양구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대한항공 노동조합(노조) 창립 62주년을 기념하는 노사 합동 '한마음 페스타'를 개최했다. [사진=대한항공]

전문가들은 노사 상생이 더 이상 양보의 미덕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단순한 윤리 차원을 넘어 위기를 대처하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축적돼온 노사 불신은 협상 과정에서 상호 신뢰보다는 이해관계 충돌을 우선시키는 구조로 작용해 임금과 성과급, 고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적으로 증폭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문제는 단순한 이익 배분을 넘어 노사 간 신뢰 수준에 있다"며 "원만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면 대화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노사 대립과 불신이 구조적으로 축적돼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자는 노조를 잠재적 비용으로, 노조는 경영자를 불신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반복되면서 갈등이 상시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갈등이 반복될수록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비용이 누적되는 구조가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구 일부 국가의 경우 노사 간 갈등을 회피하는 대신 일정한 분배 원칙과 공식을 제도화해 갈등을 관리한다"며 "이익 배분 기준이나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 경우 갈등의 상당 부분은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간 갈등을 중재할 사회적 공론장의 부재 역시 극심한 불신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 갈등은 결국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처럼 개별 기업 단위에서 임금과 성과를 둘러싼 교섭이 반복되는 방식만으로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조정하기 어렵고, 이를 중재할 사회적 공론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노사 관계의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같은 노사정 대화기구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는 힘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유럽의 경우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노조의 영향력이 강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조정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고, 독일 등도 노사 간 협의가 제도화돼 있다"며 "반면 한국은 1980년대 이후 노사관계가 대립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신뢰 수준이 낮아졌고, 그 결과 임금 인상과 파업이 반복되는 치킨게임 구조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만 이익이 집중되고, 결국 국가 전체의 기업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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