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스마트폰에 붙이기만 하면 안경 없이도 2D와 3D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메타물질은 앞으로 몇 년 안에 노벨과학상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는 포항공대 노준석 교수 연구팀과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팀이 차세대 광학소자인 ‘메타렌즈’를 활용해 하나의 렌즈로 2D와 3D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가 최근 메타렌즈 대량 생산 시스템(오른쪽)과 붙이기만 하면 2D에서 3D로 전환되는 메타렌즈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포항공대]](https://image.inews24.com/v1/1b3e34fdc2cd37.jpg)
메타렌즈는 나노미터 크기의 인공 나노 구조체를 기판 위에 배열해 빛의 위상·진폭·편광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렌즈의 기능을 구현하는 초박형 평면 광학소자를 말한다.
가상·증강현실(VR·AR), 의료영상 등 3D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전히 텍스트 열람이나 일반 영상 시청 같은 2D 콘텐츠 소비가 지배적이다. 하나의 기기에서 두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2D-3D 전환 디스플레이 기술은 상업적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기존에도 안경 없이 입체감을 구현하는 기술은 있었다. 실제 상용화에는 큰 장벽이 있다.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야각이 15도 내외로 매우 좁아 정면의 단 한 명만 감상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기기 자체가 3D 전용으로 설계된 탓에 일반 2D 화면을 볼 때 화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1.2mm의 초박형 구조로 설계된 ‘메타렌즈’로 해결했다. 일반 렌즈는 한번 제작되면 그 특성을 바꿀 수 없다. ‘메타렌즈’는 전압 공급에 따라 빛의 굴절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전압이 없을 때는 오목렌즈로 작동해 고해상도 2D 화면을 왜곡 없이 보여준다. 전압이 공급되면 볼록렌즈로 작동하며 기존 기술보다 시야각이 6배 이상 넓은 100도의 ‘초광시야각’으로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여러 사람이 다양한 위치에서 동시에 몰입감 넘치는 3D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번에 개발된 ‘메타렌즈’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것만으로도 성능이 구현돼 기존 기기와 호환성이 뛰어나다. 앞으로 모바일 기기는 물론 정밀 의료 영상 시스템이나 대형 옥외 광고판까지 관련 산업에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메타렌즈 기술과 더불어 지난주 성균관대 조규진·김인기 교수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해 네이처지에 발표한 ‘메타렌즈 대량 생산 공정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상용화 가능성의 문을 연 것이다.
기초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노준석 교수는 자신의 두 가지 핵심 성과를 하나로 묶어 원천기술 개발과 양산 가능성 검증을 동시에 마침으로써 그 간극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
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메타렌즈라는 초박형 나노광학 소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플랫폼으로서 실용적 가능성을 지님을 실증한 성과”라며 “스마트폰부터 산업용 광고판까지 폭넓은 응용 가능성을 지닌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22일 과기정통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사전 설명회에서 “여러 기업이 이번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주에 발표했던 메타렌즈 대량 생산 시스템과 이번에 발표한 전환용 메타렌즈 등은 이른 시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노준석 교수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을 통해 10년 이상 신진·중견연구를 수행해온 연구자”라며 “앞으로도 기초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연구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상용화를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메타표면 소자의 대량생산 비용 문제이다. 이번 연구에 적용된 메타 표면은 전자빔 리소그래피 공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고 대량 제조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 작은 화면을 넘어 대면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가 최근 메타렌즈 대량 생산 시스템(오른쪽)과 붙이기만 하면 2D에서 3D로 전환되는 메타렌즈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포항공대]](https://image.inews24.com/v1/34e3acf2cb46af.jpg)
노 교수는 “이번 전환용 메타렌즈 연구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지난주에 발표했던 대량 생산 공정 연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이라며 “두 성과는 메타 표면 기술의 상용화를 향한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교수는 오는 6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메타물질 노벨 심포지엄’에 초대받았다. 초청된 전 세계 메타물질 전문가는 26명에 불과하다. 노벨 심포지엄은 3~5년 뒤의 노벨과학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노 교수는 “올해 메타물질 전문가들이 노벨 심포지엄에 초대받았다”며 “상용화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앞으로 노벨과학상의 한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 성과(논문명 : Switchable 2D–3D display through a metasurface lenticular len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4월 23일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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