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세 공급 축소에 따른 '비자발적 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입주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주거 이동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대출 가능한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수요가 특정 구간에 몰리며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가 형성, 규제가 시장 내 순환을 제약하는 '병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전세 공급 부족이 매수 전환으로 이어지며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예정된 다음달 입주 물량 감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등 정책 변수에 따라 단기 방향성이 좌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1987년 준공된 5층짜리 노후 아파트다.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이며,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선정되어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인근에 최고 35층, 5개 동, 총 996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026.02.26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51b86b8ecfe6d.jpg)
거래 86% 강북 쏠림… 전세난이 바꾼 매수 흐름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2만9926건으로, 올해 1월 1일(4만4424건) 대비 4개월 만에 32.6% 감소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다음달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96가구에 그치며, 강북권 내 대규모 신규 입주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R114 집계 기준 서울 27개 정비사업 구역에서 약 9631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이 몰려있는 성북·동대문권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2주 차(13일 기준) 통계를 보면 △광진구(1.06%) △성북구(1.02%) 등의 전세가격지수는 최근 수년 내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전세 선택지를 줄이면서 일부 임차인을 매수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북권 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전환 흐름이 감지된다.
성북구 '돈암동삼성' 전용 59㎡는 4월 초 거래된 전세가가 6억원대까지 오르며 매매가(8억원)와의 격차가 2억원 안팎으로 좁혀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5㎡ 역시 거래된 전세가가 2억원 중반대까지 상승해 매매가(3억원 중후반대)와의 격차를 줄였다.
전세가율이 70% 안팎까지 올라서면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 유지 비용과 매수 시 대출 상환 부담 간 격차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2월 1일~4월 19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 상위 50개 단지 중 86%(43곳)가 강북권 외곽 지역 중저가 단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급 구조는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돈암동삼성이 있는 성북구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전세가 상승률을 뒤쫓았다. 광진구 또한 0.21% 상승, 노원구는 12% 상승하며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현장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확인된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전세 대출 이자를 부담하기보다 매수로 방향을 바꾸려는 30대 실수요자 문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의 상승은 투자 수요가 아니라 주거 이동의 퇴로가 막힌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단지로 쏠리며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며 "공급 절벽이 예고된 5월까지는 강북권을 중심으로 전세가 매매를 밀어 올리는 '키 맞추기'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0·15 대책' 여파… 실거주 의무에 전세 사라지나
업계에서는 이번 전세난의 배경으로 지난해 시행된 '10·15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거론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매입 직후 2년 실거주 의무가 맞물리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놓기보다 직접 거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방식은 과거 부동산 과열기마다 반복되었던 '거주 요건 강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8·2 대책 당시 도입된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2년)과 2020년 6·17 대책의 주택담보대출 시 전입 의무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규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동시에 임대차 시장에서는 '집주인 입주 → 세입자 퇴거 → 신규 전세 공급 차단'으로 이어지는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한 바 있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사 B씨는 "예전에는 전세를 끼고 이동하는 물량이 순환됐지만, 지금은 주인이 직접 입주해야만 대출과 비과세 요건을 채울 수 있다"며 "시장에 풀리는 임대 물량이 줄어 전세가율이 매매가의 80% 수준까지 치솟는 것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등)까지 동원해 매수로 전환하는 이른바 '비자발적 영끌'이 강북권 신고가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실거주 의무 강화는 시장 안정 측면의 효과가 있는 반면, 임대 공급 축소를 통해 전세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키 맞추기' 식 상승세가 시장 전반의 추세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금리 변동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수요 중심의 추격 매수 역시 지속성 측면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급 공백이 확대되는 다음달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리며 시장 방향성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이 수급 여건과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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