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재판소원' 받아보려면 '법원 1심' 단계부터 준비해야"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헌재 사전심사 '전부 각하' 절반 이상이 '청구사유' 위반
법조계 "판결 확정 이후 30일 이내 준비…사실상 어려워"
"'적법절차' 주목해야…위반 자체로 실체적 청구사유 충족"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시 재판소원 청구도 함께 검토"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재판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심사에서 26건 전부가 각하된 가운데 "법원 재판의 1심 첫 변론기일부터 재판소원을 염두에 두고 기본권 침해 주장을 축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헌재가 청구사유에 대한 청구인들의 소명 의무를 못박으면서, 청구 단계에서의 '사유 구성'이 사실상 재판소원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헌재가 재판소원의 '허들'로 가장 많이 문제 삼은 대목은 '청구사유'다. 헌재가 전날(24일) 각하한 재판소원 26건 중 17건이 헌법재판소법 68조 3항이 정한 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법 68조 3항 각 호의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억울한 판결'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재판소원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이 같은 날 연 실무 세미나에서도 같은 분석이 쏟아졌다. 법관 출신으로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이날 발표자들은 재판소원의 승부처가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소송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심사의 핵심 쟁점이 결국 '청구사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특정과 소명이기 때문에, 확정판결 뒤 30일 안에 급하게 청구서를 꾸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박성호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사법연수원 32기)는 "재판 단계에서부터 기본권 침해 관련 주장을 미리 정립해 두지 않으면 30일 안에 충실한 청구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 기존의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주장만 적을 것이 아니라, 어떤 기본권이 재판의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침해됐는지를 별도 항목으로 구조화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다. 사인 간 민사사건이라도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나 기본권 충돌 문제가 걸려 있다면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시됐다.

실무적으로는 특히 '청구사유'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법 68조 3항은 재판소원 사유를 세 갈래로 한정하고 있다. 이원호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35기)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를 별도로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제3호는 기본권 침해의 '명백성'까지 요구하지만, 제2호는 '적법절차 위반' 자체로 실체적 청구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증거와 주장에 대한 설명을 빠뜨렸는지, 필요한 석명을 하지 않았는지, 절차 운영이 결과적으로 당사자의 방어권과 재판청구권을 훼손했는지를 집요하게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법관·헌재 재판연구관 출신인 법무법인 '바른'의 박성호 변호사가 지난 24일 '재판소원제도 내용과 절차에 관한 실무 안내 세미나'에서 재판소원의 청구사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바른']

전기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30기)는 법원에 의한 '명백한 기본권 침해' 사례로 197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강제경매 사건을 들었다. 이혼한 전 남편이 14만 4000마르크 상당의 주택을 2000마르크에 낙찰 받은 사건이다. 채무 2만 마르크를 제외하더라도 전 부인은 6만 마르크를 재산분할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심, 2심, 재항고 법원 모두 특정 당사자(부인)에게 유리한 조언을 해 줄 의무는 없고, 오히려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경매결정을 허용·유지했다. 부인에게 돌아간 재산분할금액은 150마르크로 쪼그라들었다. 연방헌재는 이 같은 절차 운영이 결과적으로 평등원칙에 반하는 자의적 재판이라고 보고 결론을 뒤집었다. 법 규정을 외형상 따랐다고 해서 곧바로 헌법적으로 정당한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전 변호사는 이 사건을 두고, 재판소원은 단순한 '제4심'이 아니라 재판 과정 전반이 헌법상 허용되는 한계를 넘었는지를 따지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법원이 설명의무나 질문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절차를 밀어붙였다면, 그것은 단순한 소송지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소원 대응의 핵심은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을 되풀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떤 기본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법률적으로 특정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다는 얘기다.

가처분과 보충성 원칙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재판소원은 상소 등 통상적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야 청구할 수 있고, 본안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계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고일광(법무법인 바른, 27기) 변호사와 송길대(법무법인 바른, 30기) 변호사는 "법원 재판의 1심 첫 변론기일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급별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외에도 '헌법 위반(기본권 침해)' 주장을 별도 사유로 적극 추가해야 한다고 이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나, 기각 시 헌법재판소법 68조 2항에 따른 헌법소원은 물론 재판소원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재판소원을 따로 떼어 마지막 단계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소송 전략 전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헌재의 첫 26건 전원 각하는 재판소원이 열려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헌재가 요구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은 확정판결 뒤 한 달 안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1심 첫 변론기일부터 어떤 기본권이, 어느 절차에서, 어떤 방식으로 침해됐는지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만 비로소 재판소원의 청구사유도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조언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재판소원' 받아보려면 '법원 1심' 단계부터 준비해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