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자담배가 ‘궐련의 대체재’ ‘건강에 덜 해로움’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의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기체를 단순한 수증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니코틴, 중금속, 발암물질이 혼합된 에어로졸(aerosol)이다. 인체에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 활성 물질이다. 겉으로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인체에 해로운 입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연초와 다르지 않다.
많은 흡연자가 유해 성분 ‘수치’의 감소를 곧바로 위해성 감소로 받아들인다. 의학적으로 매우 단순화된 해석이다.
![의학자들은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인식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진단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age.inews24.com/v1/9e1e4cc5f3463a.jpg)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을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 담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된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서는 연초에는 없던 80여 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확인되기도 했다.
가열 코일에서 나오는 미세 금속 입자는 폐포 깊숙이 침투해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 성분의 수치가 낮다고 해서 신체가 받는 전체 독성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전자담배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볍지 않다. 최근 담배 관련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을 보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53배 높았다.
과거 흡연 이력이 있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심근경색 위험은 2.52배, 뇌졸중 위험은 1.73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니코틴이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뿐 아니라 에어로졸 속 미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저하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폐 건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1초 동안 강제호기량(FEV₁)은 평균 3.0L로, 비사용자(3.5L)에 비해 약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코호트 분석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이 기존 흡연 여부와 독립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신규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연초와 전자담배를 병행하는 이중 사용자는 비사용자 대비 COPD 위험이 약 3.9배 증가했다.
임상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흡연 형태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80% 이상이 이에 해당하며 이 경우 체내 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두 제품을 병행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36%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는 모두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다. 니코틴은 헤로인이나 코카인에 버금가는 강한 중독성을 지닌 물질이다.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유발하고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켜 심혈관계 부담을 높이는 직접적인 작용을 한다.
실제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전체 담배 사용률이 감소하지 않은 채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않고 제품만 바꾸는 ‘이동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전자담배가 금연으로 이어지기보다 흡연을 지속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자담배는 그동안 금연 보조 수단으로 홍보돼 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식 금연보조기기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한 다수는 완전한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중 사용자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질병관리청 역시 전자담배 사용이 오히려 일반 담배의 흡연 빈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의학자들은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인식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진단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age.inews24.com/v1/9e629c92ade930.jpg)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로의 입문 경로가 될 위험도 있다. 영국에서 수행된 장기 연구를 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은 청소년의 흡연율은 1.4%였다. 반면, 전자담배를 사용한 청소년의 흡연율은 33%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단순 체험만으로도 흡연 가능성은 12.7%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열 코일을 제거한 초음파 전자담배 역시 기존 기기와 비슷한 수준의 독성 알데히드를 생성하고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유선 교수는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덜 해로운 대안’이 아니다”며 “단지 형태만 달라진 또 하나의 담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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