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중동·산본) 선도지구 선정 결과 발표가 다가오며 추진 주체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동의율을 높이려고 열을 올렸던 만큼 선도지구에 포함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서다. 하지만 선도지구로 선정된다 해도 추가분담금 등에 따라 사업 순항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여 만만찮은 과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중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2만6000가구에서 최대 3만9000가구가 지정된다. 지난 9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에 총 15만3000가구가 몰린 바 있다.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51%인 99개 구역이 신청을 완료했다.
이 중에서 분당은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47곳이 공모에 참여했으며 평균 주민동의율은 90.7%다. 경쟁이 치열했던 단지들은 대개 배점이 가장 높은 주민동의율 95%를 넘겨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따라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선 공공기여, 장수명주택 등과 같은 가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 "가격은 올랐지만…거래가 안돼요"
경쟁이 치열한 분당에서는 매매가격은 올랐지만 선도지구 지정 기대감에 일부 단지의 거래는 줄어든 분위기다. 호가를 높인 집주인과 급격히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매수자 간 가격 조정이 쉽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시범한양 아파트(1991년 입주)는 2419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이달 매매 계약이 4건에 불과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6건이었던 이 단지의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5월 20건(취소건 제외 기준), 6월 21건까지 늘더니 7월부터 매매거래 건수가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영향에 더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단지와 주택형은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정작 거래 건수는 점차 줄어든 것이다. 은행권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9월부터 시행됐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에 비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것은 맞지만 지금은 매물이 많지도 않고 거래가 없다"며 "추석 무렵까지 거래가 됐다가 그 이후에는 이따금씩 단지에서 가장 저렴한 매물이 거래되는 상황이다. 선도지구 발표 나서 매수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용 148㎡(55평) 호가는 23억~25억원까지 나와있는데, 이 가격에는 매매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집주인들은 선도지구 선정이 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들은 선도지구 탈락 후 실망 매물이 나올까 기대하며 망설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범삼성한신아파트(1991년 입주, 1781가구)와 통합 재건축으로 선도지구를 공모한 시범한양은 지난 2일 전용면적 148㎡가 21억원(14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5월 같은 주택형이 18억6000만원(7층)에 18억6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된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2억원 이상 올랐다.
시범한양을 기준으로 분당중앙공원 건너편에 있는 양지마을1단지 금호아파트(1992년 입주) 164㎡도 이달 1일 23억8000만원(15층)에 매매가 이뤄졌다. 역시 같은 주택형이 지난 1월 20억5000만원(23층) 거래 건에 비하면 3억2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양지마을 금호1단지를 비롯해 한양3·5·6단지, 금호6단지, 청구2단지가 모여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다.
◇선도지구 선정되면 가격 더 오를까?…추가분담금 따져봐야
선도지구 선정 결과에 따라 해당 지역 매매시장도 단지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선도지구로 지정이 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며 "지정 단지들은 수요가 많이 집중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윤 전문위원은 "선도지구 선정은 향후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고 사업성이 좋은 단지 위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선도지구에 선정돼도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비사업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선도지구 추진이 탄력을 받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선도지구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당의 경우 주민동의율을 높이기 위해서 열을 올렸던 데 비해 정작 추가분담금 등 구체적인 사업성에 대한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샛별마을 통합재건축의 소규모 결합으로 포함된 현대빌라는 통합재건축을 위한 주민설명회도 최근에서야 개최했다더라"며 "지금 보니까 분당에서는 추가분담금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동의한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수명주택이나 공공기여 등과 같은 조항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항목을 많이 선택하면 향후 비용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좋겠지만 내년에 정비계획을 마련할 때 이런 비용으로 인해 추가분담금이 높아지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