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일기예보처럼 내일의 기분을 간단히 예측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팀이 기분 장애 예측 기술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기분 장애 환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수면 패턴을 추천받아 기분 삽화를 예방하는 디지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헌정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오늘의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내일의 기분 삽화(증상이 뚜렷한 시기로, 전반적 정신과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기간. 울증과 조증이 이에 해당)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분 장애는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계절에 따른 일출 시간 변화는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 재발을 유도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그동안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기존 방법은 수면 패턴뿐 아니라 걸음 수, 심박수, 전화사용 여부, GPS를 활용한 이동성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해 수집 비용이 많이 들고 일상적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는 잠을 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각성 시간)이 기록된 데이터를 말한다.
연구팀은 168명의 기분 장애 환자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기록한 평균 429일 동안 수면-각성 데이터를 수집했다. 참여 환자들은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로 대부분 약물치료도 병행 중인 상태였다.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에서 연구팀은 36개의 수면-각성 패턴과 생체리듬에 관련된 지표들을 추출했다. 이 지표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알고리즘은 당일의 수면 패턴을 토대로 다음 날의 우울증, 조증, 경조증 정도를 각각 80%, 98%, 95%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생체리듬의 일일 변화가 기분 삽화 예측의 핵심 지표임을 발견했다. 생체리듬이 늦춰질수록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고, 반대로 과도하게 앞당겨지면 조증 삽화의 위험이 증가했다.
저녁 11시에 취침하고 오전 7시에 기상하는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면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식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론은 기분 장애 환자의 치료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이른 아침에 광선치료를 진행한다.
효과적 기분 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주관적 회상에 의존한 심리 상태 평가를 넘어 객관적 기분 삽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객관적 기분 삽화 지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생활 중 비침습적이고 수동적으로 기분 삽화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헌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분 장애 예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기분 장애 환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수면 패턴을 추천받아 기분 삽화를 예방하는 디지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CI는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데이터 수집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며 “기분 장애 환자들에게 비용 효율적 진단과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Accurately Predicting Mood Episodes in Mood Disorder Patients Using Wearable Sleep and Circadian Rhythm Features)는 11월 18일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인‘NPJ Digital Medicine’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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