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산적한 난제에 봉착했다. 지난 14일, 5박 8일간의 일정으로 순방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으로 인적 쇄신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와 함께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임기 후반기 키워드로 제시한 '양극화 타개'를 위한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복안도 있었다.
그러나 '외교의 시간'을 끝내고 돌아온 윤 대통령이 마주한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예정돼 있는 만큼 야당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 본인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문제다. 두 사람이 모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도 범위를 넓히며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부재중' 홍철호 정무수석까지 '기자 무례' 발언 설화로 대통령실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구태적 언론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사건 국정조사' 투트랙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오는 28일 예상된 본회의에서 재표결 하고, 이 역시 부결된다면 다음 달 곧바로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두 번에 걸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채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을 국정조사로 전환했다. 거부권에 막힌 특검법 대신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지만, 국정조사로 확보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윤 대통령을 직접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형사고발할 수 있다.
검찰 스텝도 빨라졌다. 창원지검 '명태균 게이트' 전담수사팀은 21일, 2022년 6·1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명태균 게이트' 당사자인 명태균 씨의 산발적 언급에 이어, 민주당의 제보 녹취 공개,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윤 대통령 공천개입 주장까지 나오면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명씨의 대선 여론조사결과 조작까지 수사가 뻗어 나갈 경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홍철호 발언, '참모진 자질 논란' 재촉발
홍 수석 '기자 무례' 파장도 일파만파다. 이날 홍 수석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전날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에 이어 이날 대통령실 등록기자단, 중앙기자단이 차례로 공식 유감 표명을 표명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내어 홍 수석 교체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의 언론에 대한 고압적 자세가 문제가 된 게 이번 뿐만이 아니다. 22대 총선을 앞 둔 지난 3월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MBC 기자들을 지목해 '1988년 언론인 회칼 테러'를 언급했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대통령의 골프장 출입을 취재하던 CBS노컷뉴스 기자는 경찰조사를 받았다.
한 대표를 둘러싼 여당의 당원 게시판 내홍은 윤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할 사안과는 아직까지 다소 거리가 있다. '한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서 공공연히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라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한 대표가 모호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당 대표 리더십'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당 내 친윤 인사들이 한 대표를 무분별하게 공격하면서 실마리가 보였던 여당의 '쇄신과 민생' 동력이 꺼질 경우 여당과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개각·참모진 교체 기대감 없어
윤 대통령은 순방 전후로 개각과 참모진 쇄신을 위한 인재들을 물색 중이지만, '그 나물에 그 밥', '회전문 인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내각 중에는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힌 한덕수 국무총리가 우선 순위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후임으로 6선 출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5선 권영세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지만 모두 친윤 인사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대통령실 참모진도 문제다. 국정 메시지 혼란, 김 여사 대응 실패, 야당 관계 악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진석 비서실장은 물론 정무라인을 우선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장수 장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은 국가정보원장 하마평에도 오르고 있는데, 현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 여전한 뇌관
제2부속실이 운영 중이지만 '김 여사 리스크'는 여전한 변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추가로 불거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지금으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진정성'을 얼마나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김 여사 라인'이라는 말을 부정적이라고 했기 때문에 과연 쇄신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후임 인선도 '친윤계 회전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지금의 국정 분위기를 반전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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