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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유통 결산]'저도주' 열풍 주류업계, 김영란법에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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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족' 겨냥해 다양한 저도 신제품 '봇물'…국내업체 어려움 가중

[장유미기자] 올해 핵심 소비 주체로 떠오른 '싱글족'들은 주류 트렌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이 부담스런 술자리를 기피하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혼술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올해는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만들어 질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혼술족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는 여성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마시기 부담스러운 고도주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의 '저도주'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각 업체들은 잇따라 이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또 혼술족이 주류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이 즐겨 마시는 수입맥주 등의 소비량은 급증한 반면, 고도주 중심이었던 위스키 업계와 과세정책 역차별 논란 등으로 프로모션에 제한을 받는 국산맥주 업체들은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술자리가 줄어들어 업소 매출이 금감하면서 주류업체들의 타격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업소 중심으로 영업·마케팅을 강화하던 위스키 업체들은 잇따라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가정용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류업계 강타한 '저도주' 열풍

10여년 전만 해도 술자리에서 인기를 끌었던 40도 이상의 고도주는 점차 시장의 외면을 받는 반면 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적당한 '저도주'를 선호하는 이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저도주 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던 각 업체들은 올해 더 다양한 플레이버(풍미)의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노렸다.

특히 지난해 유자, 자몽 등 과일향을 첨가한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자 앞 다퉈 신제품을 출시하던 소주업체들은 올 상반기부터 '탄산주'를 연이어 선보이며 저도주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자 했다. 반면 과일소주는 시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탄산주 출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곳은 보해양조다. 이곳은 '부라더 소다'가 20대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자 '술탄오브콜라주(酒)'도 선보였다. 경쟁사들도 탄산주 경쟁에 동참하면서 하이트진로는 '이슬톡톡', 롯데주류는 '순하리 소다톡'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롯데주류는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스카치블루 하이볼'도 함께 선보였다.

맥주업체들 역시 탄산주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오비맥주는 올해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을 처음 출시했으며 수입맥주 '호가든 로제'도 국내에 들여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과일 맥주로 불리는 '하이트 망고링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국순당, 배상면주가 등 전통주 업체들도 바나나와 복숭아 등 과즙을 섞은 막걸리를 잇따라 출시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위기'를 맞고 있는 위스키 시장은 올해도 저도주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저도 위스키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골든블루는 저도 화이트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를 선보였고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36.5도의 '그린 자켓'으로 로컬 위스키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 들었다. 하반기에는 롯데주류의 '블랙조커 마일드'를 시작으로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35도의 '윈저 더블유 시그니처'를, 페르노리카코리아가 '35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해 저도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저도주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각 업체들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며 "다만 과일소주의 빈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저도 트렌드로 '탄산주'를 예상했으나 올 여름을 기점으로 탄산주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오리지널 제품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 맥주업계…'국산' 지고 '수입' 뜬다

저렴한 가격 덕에 '혼술족'에게 사랑받고 있는 수입맥주는 올해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작년까지 전체 맥주 시장은 업소용 판매 비중이 높아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가정용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들의 수입맥주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대형마트에서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맥주 매출 중 수입맥주 비중이 45%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혼술족 영향도 크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수입맥주 매출이 더 늘어났다"며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가볍게 수입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주 수입액도 급속도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8월 맥주 수입액은 1억1천594만 달러로, 2014년(1억1천69만 달러) 한 해 수입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이로 인해 올해는 맥주의 수입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국산맥주 업체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수입맥주의 가격 공세에도 국산맥주들이 반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일부 업체들은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각종 규제'에 따른 역차별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수입맥주들은 대략적인 생산원가를 알 수 없는 데다 현행법상 국산맥주보다 30% 이상 저렴한 주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를 이용해 수입맥주 업체들은 마트에서 5~6종의 제품을 개당 1천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산맥주 제조사들도 앞 다퉈 수입맥주를 들여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국내 브랜드 부진을 만회하고자 AB인베브의 맥주를 적극 수입해 선보이고 있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수입맥주 종류는 '하얼빈', '호가든', '산토리', '벡스' 등 20여종이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기린이치방시보리'와 '크로넨버그 1664 블랑', '싱하'에 더해 9월부터 '투이즈엑스트라 드라이'를 출시했고 롯데주류는 4월부터 아일랜드 맥주 '맥가글스' 3종을 처음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맥주 'NU'도 10월부터 롯데마트에서 선보이고 있다.

◆소주·맥주 '가격 인상' 러시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3년 만에 '참이슬'의 가격을 5.62% 인상한 후 소주업체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가 펼쳐졌다. 맥키스컴퍼니와 한라산, 무학과 금복주, 대선주조 등이 작년 12월까지 가격을 일제히 올린 데 이어 올해 1월 초에는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맥주가격도 연내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돌았다. 빈병보증예치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데다 4~5년 동안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 시기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맥주업체들은 올 초까지 인상설을 계속 부인해왔다. 그러나 결국 지난 11월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먼저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약 6% 올렸고 하이트진로도 이달 22일 맥주 전 제품 가격을 평균 6.33% 인상했다. 롯데주류는 아직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초께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정용 시장 확대 주력…'소용량' 출시 잇따라

최근 캠핑과 피크닉 등의 야외활동 인구 증가와 더불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의 혼술 트렌드를 직접 겨냥해 각 업체들은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가정용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특히 위스키 업체들은 '위스키 대중화'를 위해 소용량 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의 경우 지난 10월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고 골든블루는 9월 초에 가정용 시장을 담당하는 조직인 '캠(KAM) 지점' 실무진을 충원했다.

와인업체들도 소용량 제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8월 RTD 스파클링 와인 3종을 275㎖ 소용량 패키지로 선보였고 금양인터내셔날도 '포스 스트릿(4TH Street)' 2종, '다다(DADA)' 등의 제품을 275㎖ 소용량으로 출시했다. 레뱅드매일 역시 '얄리 와일드 스완 까베르네 소비뇽', '얄리 와일드 스완 샤르도네' 등을 375㎖로 선보이고 있다. 또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옐로우테일 와인 시리즈는 187㎖ 용량의 컵 와인부터 기존 와인의 양을 반으로 줄인 하프 와인(375㎖)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최순실 사태·김영란법 등으로 직격탄

올해 주류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시행이다. 음주문화 변화,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던 주류업계는 지난 9월 말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 한파가 닥치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접대 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유흥업소의 매출이 감소해 맥주, 위스키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독주 기피 음주문화 확산으로 위스키 매출은 7년 연속 감소 추세다. 반면 도수와 가격 부담을 낮춘 소주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외식업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주류업계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목으로 여겨지는 연말 특수도 사라져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여파는 성장세를 지속하던 와인업계에도 큰 타격을 줬다. 경기침체로 저가의 술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와인 수입액도 전년 동기보다 0.2% 감소했다. 이는 와인 선물 수요가 감소한 것도 주효했다. 또 선물용 주문이 많아 와인 성수기에 속하는 11~12월에는 주문이 대폭 줄어 업계에서는 와인 수입이 7년만에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류업계는 최순실 사태, 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침체 지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업체들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가성비를 높인 다양한 맛의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프리미엄 증류소주도 대중화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지방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에 적극 나서고 이에 반격해 전국구 업체들이 지방 점령에 나서면서 점유율 경쟁을 벌인 것도 올해 큰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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