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올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1인 가구 증가로 새롭게 등장한 '솔로 이코노미(soloeconomy)'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싱글족들은 혼밥, 혼술 등 '혼족' 문화를 이끌어가면서 소비 시장에서 파워 컨슈머로 각광받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 시대를 맞아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곳은 바로 식음료업계다. 특히 올 한 해는 싱글족의 증가와 더불어 고객 입맛이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맛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신제품 홍수를 이뤘다. 또 1~2인 가족을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져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너도나도 뛰어든 HMR 시장 가열
22일 업계에 따르면 HMR 시장에 진출한 유통업체들이 식음료업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피코크'의 인기로 HMR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마트를 비롯해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활약이 돋보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간편가정식 브랜드 '요리하다'를 론칭한 후 상품 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싱글즈 프라이드'를 통해 HMR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비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백화점도 간편가정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글로벌 가정간편식 제안전'으로 제품을 처음 선보였고 내년 4월 잠실점에 전문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현대는 현대그린푸드와 간편가정식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싱글족 증가와 함께 가장 성장세가 높은 편의점도 간편가정식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BGF리테일은 '백종원 도시락', GS25는 '김혜자 도시락', 세븐일레븐은 '혜리 도시락'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편의점 업체당 일평균 도시락 판매 수량도 출시 초기 약 1천개 미만에서 현재 8만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유통업체에 대항해 식품제조업체와 외식업체들도 차별화된 HMR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햇반' 브랜드를 앞세워 '컵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고 오뚜기도 '맛있는 오뚜기 컵밥' 등으로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또 동원F&B는 냉동밥 제품인 '하루도정 신선쌀' 5종을 출시해 간편 냉동밥 시장에 진출했고 놀부, 본죽 등 외식업체들도 간편식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입맛 잡아라"…'플레이버' 경쟁 치열
올해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업체들이 다양한 맛의 제품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해 '허니버터칩' 인기에 자극을 받았던 제과업체들은 올 한 해 동안 차별화된 '맛'에 '향'까지 더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제과업계에서 올 한 해 가장 인기를 끌었던 '플레이버(풍미)'로는 '바나나'가 있다. 지난 3월 오리온의 '초코파이 정 바나나'를 시작으로 이어진 바나나 열풍은 식음료 전반으로 번져 설레임 바나나쉐이크, 밀키스 바나나맛 등 다양한 형태의 바나나맛 관련 제품들이 출시됐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에 힘입어 올 초 이를 모티브로 한 '옐로우 카페'를 오픈했으며 CJ올리브영과 손잡고 바디로션 등 화장품도 선보였다.
상반기를 주도한 '플레이버'가 바나나였다면 하반기에는 '녹차·말차맛'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업체들은 최근 커피업계에 불어닥친 차(茶) 유행과 맞물리며 젊은 연령층에게 녹차와 말차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관련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오리온 '초코파이 정 말차라떼'는 출시 한 달 만에 1천만개가 판매되며 제과업계에 '녹색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라면업계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새로운 맛의 제품이 홍수를 이뤘다. 짜장·짬뽕 등 중화풍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올해는 농심의 '보글보글부대찌개면'이 시장을 강타하며 부대찌개면 트렌드를 주도했다. 또 팔도는 '탄탄면'을, 삼양식품은 '김치찌개면'을 선보이는 등 다른 업체들도 다양한 맛의 라면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제품 출시에 업체간 콜라보레이션 활발
최근 각종 산업에서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에서도 올해 이러한 시도가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동원F&B, 롯데제과, 오리온 등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유통업체와의 협업은 물론 식품업체와도 과감히 손을 잡고 신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동원F&B는 팔도와 '동원참치라면', 대상과 '자연&자연 동원골뱅이', 웅진식품과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초록매실', 세븐일레븐과 '동원참치 삼각김밥', CU와 '동원참치 마요빵' 등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롯데제과 역시 길리안과 손잡고 '길리안 초콜릿 밀크'를, 크라운제과는 쟈뎅과 '카페리얼 초코하임라떼'를, 매일유업은 농심 켈로그와 '매일 바이오X켈로그'를 선보였다. 오리온은 GS25와 함께 최근 '유어스 스윙칩 오모리 김치찌개맛'을, 롯데제과는 세븐일레븐과 '롯데요구르트 젤리'를 출시해 젊은층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업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잘 알려진 브랜드들의 조합으로 탄생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웰빙 트렌드에 막힌 패밀리 레스토랑·버거업계 ''희비교차''
2000년대까지 가족과 연인들이 외식할 때 들렀던 필수 코스인 '패밀리 레스토랑'은 최근 자취를 감췄다. 웰빙 열풍과 합리적 소비가 사회 트렌드가 되면서 고칼로리에다 고가 메뉴가 대부분인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던 베니건스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아웃백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하면서 점포수가 대거 줄었다. 앞서 마르쉐와 씨즐러 등은 2013년에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접었고 칠리스, 데니스 등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반면 소비자 입맛에 맞춰 메뉴를 주기적으로 리뉴얼하고 있는 CJ푸드빌의 '빕스'와 이랜드 '애슐리'는 고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선전하고 있다.
패스트 푸드가 건강을 해친다는 안좋은 인식으로 매출 감소세를 보이던 버거업계는 지난 7월 미국 유명 햄버거인 '쉐이크쉑'의 국내 진출로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열리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쉐이크쉑 버거(일명 쉑쉑버거)는 주문 후 즉석 조리, 건강한 식재료를 앞세워 버거 업계의 돌풍을 일으켰고 1호점 오픈 5달이 지났음에도 하루 평균 3천개 이상의 버거가 판매되며 여전히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담동에 2호점도 오픈했다.
쉐이크쉑 열풍으로 버거업계도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선보였던 제품들이 다시 주목 받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올해 매각에 실패한 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가, 실적 악화로 고민 중인 롯데리아는 '아재버거'가, 버거킹은 '한국형 프리미엄 버거'가 쉑쉑버거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급 커피 바람 '강세'…'콜드브루' 시장 강타
국내 커피시장이 전문점 수 10만개를 넘어서며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각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편의점 커피와 저가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싸움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스타벅스, 탐앤탐스, 할리스 등은 1만원대 '스페셜 티 커피' 등을 선보이는 한편 '스타벅스 리저브', '탐앤탐스 블랙', '할리스 커피클럽' 등 프리미엄 제품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매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역시 서울 논현동 사옥에 '커피랩'을 신설했고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신논현역에 커피 원두를 매장에서 직접 볶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콘셉트 매장을 열었다.
또 커피업계에서는 인스턴트 커피가 지고 차가운 물에서 추출한 '콜드브루'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한국야쿠르트가 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선보인 '콜드브루'는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주요 커피 전문점 메뉴에도 잇따라 등장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메뉴 차별화에 나선 업체들은 디저트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스타벅스의 차 브랜드인 '티바나'가 국내에 첫 진출한 후 차 메뉴 강화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연이은 먹거리 가격 인상…'계란 대란'에 파장 더 클 듯
올해는 유난히 먹거리 가격들이 요동쳤다. 지난해 소주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가격 인상 바람은 올 초 두부, 달걀, 햄버거, 과자에 이어 최근 맥주, 콜라, 빵값까지도 영향을 끼쳤다. 또 5년여간 오르지 않았던 라면값까지 지난 20일부터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파동'으로 계란 사용량이 많은 베이커리 업체들은 초비상 상태다. 계란 수급이 어려워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장기화 될 경우 제품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외식·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뿐만 아니라 동네상권을 중심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 분식집 역시 계란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없애거나 가격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10개월 가량 계란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시장의 급성장, 식품업체들의 잇단 지주사 전환과 오너가의 승계작업 가속화, 샘표·대상 등 창업주들의 타계 등도 올 한 해 업계 이슈거리였다"며 "올해는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외식업계의 타격도 크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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