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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하다"…매년 터지는 악재에 지갑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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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메르스·최순실·김영란법에 소비 '최악'…유통街 "산 넘어 산"

[장유미기자] "매년 악재가 터지면서 좀처럼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요. 올해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연말 특수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고 내년 1~2월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아 암담합니다."

최근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소비 한파는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유통업계 매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지난달부터 각종 경제지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12월호에 따르면 11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1.6%, 3.9% 하락했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 대비 6.1포인트나 급락하며 7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98.9) 보다 낮은 수치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낙관적, 100 이하일 경우에는 비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주요 백화점들의 겨울 정기세일 실적 역시 롯데 -0.7%, 현대 –1.2%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월 신년세일 이후 3년 11개월만에 역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매출이 롯데 7.2%, 현대 7.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아진 수치다.

대형마트 역시 탄핵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위축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매출은 기존점 기준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방한의류 상품전을 이번 세일 기간 동안 기획했으나 불안정한 국내 정세로 인해 판매 실적이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며 "현재 분위기는 2014년 세월호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이미 지난 2014년부터 매년 터지는 악재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유통업계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며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은 세월호 참사 당시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발생 전후 2주간의 소비지표 변화를 보면 백화점 매출은 세월호 직후 8.7% 감소했으나 메르스 직후에는 29.8%나 역신장했다. 대형마트 역시 세월호 직후 매출이 -2.5%였으나 메르스 직후에는 –14.5%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올해 '김영란법'과 '최순실 한파'로 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세월호·메르스 사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각 백화점 주말 실적은 롯데가 전년 동요일 대비 –1.0%, 현대가 –0.8%를 기록했다. 또 경기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목돈이 드는 내구재 소비를 미루는 경향을 보여 현대백화점에서의 가전(-3.1%), 가구(-2.8%), 식기(-3.3%) 등의 매출은 매주 소폭 감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때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힘들었지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견제하기 위해 진행했던 'K-세일데이'의 성공으로 올해 초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며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듯 했다"며 "매년 소비 훈풍이 불 때쯤 이 같은 큰 악재가 터지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올해는 이를 회복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도 없어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통업계는 미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후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내수시장의 한 축이었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감소하고 있어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미국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중국인 관광객들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7월 248.9%로 정점을 찍은 후 8월 70.2%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9월 22.8%, 10월 4.7%로 뚝 떨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수 역시 7월 91만7천919명에서 10월 68만918명으로 26% 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1년 매출이 집중되는 4분기 매출에도 비상이 걸렸다"며 "한국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축소 정책' 여파가 이달 말부터 있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들어 소비재 가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며 "탄핵 이후 정책의 경기대응력 약화로 불황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 굳게 닫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중 가장 큰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국정 혼란이 계속되는 데다 불황에도 씀씀이를 줄이지 않던 고소득층마저 소비를 줄이고 있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외식·호텔업계, 동네상권까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당분간 소비심리 개선을 바라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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