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액셀을 세게 밟아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키이스 웨이드 슈로더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2017년 글로벌 경제 및 시장전망'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연 4% 경제성장 ▲2천500만개 신규일자리 창출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공약 이행을 위해 현 시점에서 재정적 부양정책을 단행하는 것은 임금과 인플레이션율을 높여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1990년대 말 이후 4%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한 적이 없으며, 지난 5년 간의 경제성장률도 2%대 수준에 불과했다"며 "(4% 성장이란) 말은 좋지만 미국 경제가 실제로 4%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만큼의 생산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낮은 수준의 실업률 역시 트럼프 공약의 현실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지난 11월 미국 고용은 17만8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돈 바 있다. 실업률은 4.6%로 2007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실업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실업자 수가 800만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2천500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며 "2천500만개 일자리를 만들려면 실업률을 제로로 낮추는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간 사람들을 끌어와서 2000년 이후부터 감소해온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경기부양책 효과가 표면화되려면 2018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며 "2018년에는 2% 이상을 웃도는 경제 성장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이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어 연방준비제도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35%가량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조작국의 경우 자국 통화를 매도하되 달러는 사들여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와는 정반대로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정권이 무역 보호보다는 재정정책과 경기부양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또 트럼프가 예상보다 천천히 보호무역에 나서게 된다면 한국과 같은 글로벌 교역 국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재부상할 듯…밸류에이션 낮아 매수 적기"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의 재정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한동안 침체돼 있던 신흥국 시장이 재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한 데다, 증시 밸류에이션도 낮아 투자매력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또 신흥국 인플레이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경제활동 모델이 안정화되는 모습"이라며 "지난 3분기에 전분기 대비 6.7% 성장하는 등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부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내년 11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전인대)까지는 국영기업의 부채부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인대 이후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필요성과 가능성에 눈을 뜰 때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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