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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모바일과 PC 중간 어디쯤 '리니지 이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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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공식 탈피한 실험적 요소…PC에서도 통할까

[문영수기자] '리니지 이터널'이 처음 공개됐던 2011년 당시의 게임업계 분위기를 기억한다. '디아블로3'를 위시한 쿼터뷰 시점의 핵앤슬래시 게임이 시장에서 기대감을 조성할 때였다.

베일을 벗은 PC용 '리니지 이터널' 역시 이같은 분위기 형성에 기여했다. 엔씨소프트의 간판 '리니지'의 최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첫 공개된 '리니지 이터널'은 여러 독특한 특징들을 갖고 있었다. 마우스 커서로 특정 모양을 그리면 발동되는 제스처 스킬이나 던전 곳곳에 위치한 사물을 활용해 이동하는 독특한 연출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기기에서도 '리니지 이터널'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실제로 2014년 지스타에서는 시연 가능한 모바일 버전을 출품하기도 했다. 작은 화면에 꽉 찬 듯한 캐릭터들이 신선했다.

◆첫 공개 5년 만에 등장한 PC용 '리니지 이터널'

그리고 시간이 다시 흘러 PC용 '리니지 이터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일반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비공개테스트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돼서다. 첫 공개 시점으로부터 무려 5년 만이다. 커뮤니티에서는 '리니지 이터널' 테스트 권한을 얻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여럿이었다. 기대작다운 면모였다.

'리니지 이터널'을 플레이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PC와 모바일 사이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개 당시 주요 특징으로 부각됐던 제스처 스킬 등 부가적인 요소도 모두 걷혀 있었다. PC를 베이스로 한 게임이지만 요즘 대세인 모바일 게임의 문법이 읽혔다. 기존의 MMORPG 공식을 탈피한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등 '태고적'부터 이어졌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룰 중 하나는 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점이었다. 이용자는 자신의 유일한 아바타에 애착을 느꼈다. '주캐'와 '부캐'의 구분은 이같은 MMORPG의 특성을 잘 대변해준다.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로 이어지는 엔씨소프트의 대표작들도 이 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리니지 이터널'은 이를 깨뜨렸다.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이터널(영웅)'을 동시 육성해야 한다. 전사로 싸우다 여의치 않으면 암살자로 스왑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서 많이 본 연출이다.

스킬의 가짓수도 캐릭터당 8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 MMORPG로 평가받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캐릭터당 스킬이 스무 개는 훌쩍 넘는다. 여기에 비하면 '리니지 이터널'의 스킬은 무척이나 간소화된 셈이다. 기존 MMORPG가 복잡한 스킬들을 갖춘 하나의 영웅에 집중한다면 '리니지 이터널'은 소수의 스킬을 가진 다수의 영웅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모바일 게임서 너무 많은 스킬 구현은 독이 될 수 있다. 이동성이 중요한 모바일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함은 번짓수를 잘못 찾은 느낌을 안길 수 있어서다. 반대로 PC MMORPG에서의 지나친 단순함은 게임의 무게감을 해친다.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리니지 이터널'은 이러한 점에서 조율이 보다 필요해 보였다.

◆'리니지 이터널'이 모험을 시도한 까닭은?

'리니지 이터널'이 왜 이같은 '모험'을 시도했을까. 달라지고 있는 흥행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탑을 쌓듯 하나의 캐릭터에만 '올인'하는 종렬식 게임 구조는 이제 고만고만한 다수의 캐릭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횡렬식 구조로 바뀌는 추세다.

하드코어 장르의 대명사였던 MMORPG조차도 이제는 캐주얼한 요소를 품지 않으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레이드 던전 하나를 완료하기 위해 사흘 이상의 '캠핑'이 필요했던 '에버퀘스트' 같은 게임은 이제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시장이다. 아니, 대형 MMORPG 신작 자체를 보기 힘들어진 현 시점에서 '리니지 이터널'의 변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리니지' 팬층이 있기에 '리니지 이터널'의 흥행은 어느 정도 담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리니지'를 싫어하거나 잘 모르는 이용자까지 품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 MMORPG를 탈피한 기획적 변화가 주효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PC 버전으로만 나올 때를 한정해서 말한 것이다. 앞서 엔씨소프트가 예고했던 대로 만약 '리니지 이터널'이 정식 오픈 단계에서 PC와 모바일 버전이 동시에 나올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그야말로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에서는 애매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모바일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흥행 공식과 그대로 부합하기 때문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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