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국회 긴급현안질의는 대정부질문과 함께 야당의 대여(對與) 공격 무대로 여겨진다. 본회의장에서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정국 현안을 따져 물을 수 있으며, 상임위원회 보다 주목도도 높다.
11일 최순실 파문의 진상규명을 위해 실시된 긴급현안질의는 야당의 독무대였다. 12명의 야당 의원들은 이날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여당 의원들은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대통령 물러나야" "탄핵 절차 밟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쏟아내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태 수습책으로는 국회 차원의 '시국비상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언니 최순득의 딸) 장시호가 6개의 대포폰을 개설해 그 중 하나를 대통령에게 줬다"며 "공식 업무폰이 있는데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국정농단 은폐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 의원은 폴더형 휴대전화 다섯 대를 꺼내 보이며 "이것이 장시호가 쓰던 대포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2013년 정윤회 등 십상시 국정농단 의혹 때였다"며 "당시 법무부 장관을 한 황교안 국무총리도 공범이다. 즉각 수사 받아야 할 최순실 부역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4년 간 대한민국에는 정상적인 권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한 번도 안 했고, 장관 뿐 아니라 대통령 개인 참모인 정무수석, 외교안보수석도 독대한 적 없다고 한다"며 "어떻게 이렇게 하고도 국정운영이 됐느냐는 의문은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풀렸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지금 국민들의 가슴 속에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12일)은 100만명의 국민이 촛불을 들 것"이라며 "내일 집회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결단을 못 내릴 경우 지체 없이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용현 의원은 최 씨 딸 정유라 씨 이대 특혜 의혹을 언급, "박근혜 정부 3년 반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국민 믿음을 배신한 국민 배신의 시대"라며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 그것 만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침묵 지킨 與, "지도부가 현안질문 봉쇄"
통상 긴급현안질문 때는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이 번갈아 가며 발언대에 오르지만, 이날만큼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단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 지도부를 제외한 몇몇 의원들이 의석을 지키는 데 그쳤을 뿐이다.

나아가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발언 신청 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당내 논란이 일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긴급현안질문에 왜 야당 의원만 신청하고 여당 의원은 한 사람도 안 했냐는 문의가 온다"며 "참 부끄럽다. 우리 당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입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안질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현안질문 있으니 신청하라는 공지를 안 한 것"이라며 "지도부 독단적으로 새누리당 현안질문을 봉쇄한 것이다. 현안질문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저라도 신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도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최순실과 새누리당이 공범임을 다시 한 번 자랑하고 싶었을까"라며 "제가 새누리당 해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해체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꼬집었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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