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을 겨냥한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예상된다.
이들 재단은 전경련과 10여개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비선 인사와 함께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당장 야당은 이들 재단에 대한 의혹을 '창조경제 게이트'로 규정,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여당은 일단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이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창조경제 이슈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자칫 하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벤처·스타트업 지원 및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창조경제 주요 사업들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의원총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특정 이념편향 인사와 측근들의 결탁으로 복마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르재단, KT스포츠재단 의혹을 '창조경제 게이트'로 규정하며 "전 상임위원회에서 당력을 총 집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野 ''창조경제 게이트'' 엄포, 비리·의혹 정조준
문제가 된 재단은 한류 문화·스포츠 등 창조경제 콘텐츠 확산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단 설립 과정이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루된 일해재단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최근 현 정부의 창조경제 관련 '약한 고리'로 전국 17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혁신센터는 지역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과 스타트업 지원을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정부, 각 지자체가 공동 전담하는 창조경제 지역 거점이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이미 더민주 정책위는 최근 몇 차례 보고서를 통해 혁신센터의 부실운영을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전체 1조7천384억원의 지원펀드 중 56%에 해당하는 금액이 대출형 펀드로 오히려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업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원펀드의 실질 집행률이 23%로 저조한데다 정부가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펀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혁신센터 전체 직원 234명 중 절반 가까운 46%가 비정규직으로 ICT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경남, 전남북, 충북, 제주, 세종 등 일부 센터의 경우 1천500만~3천만원의 센터별 업무추진비가 센터장 개인 업무추진비로 전용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전국 센터별로 기업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기부했다"며 "대기업 자금을 동원해 정부가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하는 관치경제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與, 창조경제 언급 갈수록 '부담'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G20 정상회의에서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G20이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며 "창조경제는 우리가 찾던 포용적 혁신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모델 중 하나로 창조경제를 강조한 것이다. 차세대 ICT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ICT 역량과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은 창조경제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사드 등 안보 우려와 야당에 대한 협치를 호소한 데 반해 현 정부의 경제성과에 대한 언급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관련 토론회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행사 당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하고 강승모 카이스트 총장이 발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ICT 융합산업을 통한 4차 산업혁명 기반 조성을 위해 당정 협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게 토론회 취지였다. 그러나 같은 맥락의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거의 없었다. 당초 참석이 예정된 이정현 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불참했다. 참석한 20여명의 의원들은 주로 초선 의원들이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인공지능, IoT 같은 차세대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본 방향은 옳다"면서도 "실제 사업들이 기존 대기업 중심인데, 과연 얼마나 창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여당이라면 정부의 핵심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상식"이라며 "집권 여당 내에서도 창조경제에 대해 그만큼 자신감이 없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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