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2017년 12월 20일)를 1년 3개월여 앞두고 잠룡들이 몸풀기에 나섰다. 싱크탱크 발족, 강연회, 파괴력 있는 이슈 선점 등 그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레이스가 조기 점화될 조짐이다.
◆與 '반기문 대망론' 맞서 이슈 선점 경쟁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가 눈에 띈다.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자숙 모드'를 이어가다 지난달 민생 탐방을 시작으로 '대선 모드'에 본격 돌입했다.
국회에서는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라는 공부모임을 구성했다. 매주 진행되는 이 모임은 사실상 김 전 대표의 대선 준비용 정책 캠프 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임을 통해 그는 대선을 겨냥한 핵심 정책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병제 도입을 공론화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는 "우리 군의 현재와 같은 구조와 제도로는 인구 급감에 따른 병력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고심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 지사가 이미 대권 경쟁에 뛰어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강연 정치'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모병제에 대해 "부잣집 자식은 군대에 가지 않고 가난한 집 자식만 갈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남 지사와 논쟁을 벌여 주목받고 있다.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이달 초 싱크탱크이자 대선 캠프 인 '더좋은나라전략연구소'를 발족했다. '국가공동체', '신(新)애국주의' 등 정책 화두를 제시한 정 의원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실 정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이 내년 1월 초 귀국하겠다고 함에 따라 여권주자들의 발걸음은 갈수록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라'…野 잠룡 잇단 도전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세론' 속 잠룡들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 이어 재도전에 나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맞서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는 기존 '담쟁이 포럼'에 더해 새로운 싱크탱크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시장은 '희망새물결', 안 지사는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김 의원은 '새희망 포럼' 등 자신만의 대선 준비 조직을 갖춘 상태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에 일찌감치 불이 붙었다. 더민주 당헌은 '대통령 후보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 전까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는 2017년 6월 전 경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18대 대선 당시인 2012년에는 선거를 석 달 앞둔 2012년 9월 문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데 비하면 석 달 이상 빠르다.
문 전 대표 측은 2012년 경선 때와 같은 시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경우 대선 준비 기간이 짧다며 조기 경선을 선호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임기 만료(2017년 6월)을 앞두고 경선에 참여할 경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 경선 방식 등도 갈등 소지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안철수의 미래혁명'이라는 제목의 개인 방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속 사회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며 정책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 정권은 호남의 낙후와 소외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에 제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결성된 싱크탱크 겸 지지 모임 '자구구국(自救救國)' 포럼은 천 전 대표의 대선 준비를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은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정감사 후 별다른 정치적 이벤트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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