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이마트가 전통시장과 손잡고 '한국형 산타마리아 시장'을 표방한 새로운 유통형태로 지방 상권 활성화에 나선다.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후 전통시장 인근 1km 이내에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서 같은 건물에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함께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31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곳은 전통시장 내 대형마트가 함께 입주한 형태로, 집객은 물론 관광 명소로 성장한 스페인 '산타마리아 시장'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비식품 중심으로 상품이 많이 개발된 '노브랜드'가 전통시장과의 상생모델로 활용하기에 굉장히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해 상생스토어에 전문점 형태로 선보이게 됐다"며 "당진시 외에도 앞으로 다른 지역 지자체나 상인회에서 입점 요청이 있다면 적극 수용해서 노브랜드 전문점을 중심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아르간수엘라 지역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시장은 지난 1940년에 생겨난 곳으로, 시장 상인회가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으며 건물 2층에 대형 슈퍼마켓이 위치해 있다. 이곳 상인들과 슈퍼마켓은 서로 판매 제품군을 보완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상생형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착안해 이마트는 당진 상생 스토어 1층에 기존 운영되던 어시장을, 2층에 노브랜드 전문점과 카페, 장난감 도서관 등을 배치했다. 또 해당 건물 소유주인 당진시는 조만간 2층에 지역 맛집을 중심으로 한 푸드코트도 운영해 젊은 고객들을 유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진시청 경제환경국 지역경제과 이동현 물가관리팀장은 "지난해 6월 어시장 건물을 새롭게 오픈했지만 주로 50대 이상의 고객들만 하루 50명 내외로 방문할 정도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며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지난해 8월 이마트 측에 상생스토어 입점을 요청하고 어시장 상인회와도 협의한 후 올 6월 상생합의를 체결해 이번에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7만명 가량의 당진시 인구 중 30~40대 젊은층은 32.1%로 높지만 대부분 당진 터미널 인근의 롯데마트나 하나로마트, GS수퍼마켓, 서산 이마트 등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전통시장이 외면받고 있는 상태다. 당진시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찾는 일 방문자 수는 전체 인구의 5%도 채 되지 않지만 대형마트 일 방문자 수는 전체 인구의 1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상생 스토어를 통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루에만 전체 인구의 약 10%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프리 오픈을 한 30일 하루에만 800명이 온 것으로 집계돼 굉장히 고무적이다"고 밝혔다.
당진 상생 스토어는 당진 전통시장과 이마트가 민간 차원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상생 모델로 진화한 유통 형태다. 이마트는 기존에 상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간의 관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곳의 상품 구성은 지역 상인들과 이마트 간의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신선식품이 제외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이 매장에 당진 특산물인 김류를 포함해 신선식품을 빼고 노브랜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약 950여종의 핵심 상품만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매장에는 노브랜드 상품이 전체 상품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내셔널브랜드 상품이 20%로, 이마트는 향후 노브랜드 상품 비중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생 스토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공동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집객은 물론 서로 연계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시너지를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 외에도 시장을 방문한 고객과 시장 상인을 위한 부대 시설도 확충해 전통시장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브랜드 옆에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290㎡(약 85평) 규모로 조성했고 50㎡(15평) 규모의 노브랜드 카페를 열어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당진시청 역시 이곳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주차 시설을 증축하는 한편 주변 도로 포장과 비가림 시설, 간판 정비 등 시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곳은 규제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한 실질적 공존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인 만큼 수익을 바라보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곳에서 수익을 내려면 객단가 2만원 기준으로 하루 300명이 방문해야 유지될 수 있지만 마트 매출의 반 이상인 신선식품이 상품 구성에서 빠진 만큼 아직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연간 매출 목표를 17억원으로 밖에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지역 상인과의 상생 모델을 확대 시킬 개연성이 높은 상태"라며 "이번 당진 전통시장과의 협력을 계기로 앞으로 서로의 역량을 모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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