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의 법조 비리,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역시 검사 출신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신설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야권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수처 신설법 추진 제안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동의했으며 정의당도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野 3당 '공수처 신설' 입법 공조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달 중 '공수처설치법'을 공동 발의할 계획이다. 공수처를 독립기관으로 설치하고 수사 대상을 판검사, 국회의원,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로 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을 언급하며 "의혹을 가진 사람이 다른 공직자를 검증해선 안 된다. 제도 보완을 위한 공수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검사장으로서 최초로 구속된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전 국민들에게 밝혀졌다"며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견제해 줄 권력이 필요하다. 공수처를 도입해 견제와 균형 원리에 입각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에 집중된 권한이 법조 비리의 온상"이라며 "공수처 신설 방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신설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연루된 대형 부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야권을 중심으로 거론돼 왔지만 여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與 반대 기류 속 비박 "공수처 꼭 필요" 이견
새누리당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 주류인 친박계는 공수처 신설에 반대하지만, '8.9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비박계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공수처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사건 하나 나왔다고 국가 수사 시스템을 금방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진경준, 우병우가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검사들 문제야, 이번에 확 바꿔야 돼' 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제도를 바꾸는 데 증오심, 보복심이 개입되면 문명국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은 "현재 검찰 권력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이런 부분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돼야만 권력기관이 부패하지 않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검찰 모두 검찰 출신의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 있다"며 공수처 신설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최근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공직사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공수처 신설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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